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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철 감독 다큐 <나고야의 바보들> 29일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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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철 감독 다큐 <나고야의 바보들> 29일 ‘첫선’

우리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일본인들…‘근로정신대 나고야 시민소송단’ 10년의 기록

임용철 감독의 다큐영화 ‘나고야의 바보들’이 29일 저녁 상영관에서 첫선을 보였다.

광주 독립영화관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 ‘나고야의 바보들’은 이미 유튜브에 올려져 5만3천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의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영화는 반평생을 바쳐 한국 근로정신대 소녀들의 실체를 밝혀내 세상에 알리고,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정신대 할머니들의 법정투쟁을 돕고 있는 ‘나고야 시민소송단’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의 10년여의 지난한 족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고야 시민소송단의 투쟁의 세월을 별다른 꾸밈없이 카메라가 따라가는 연출 구성은 다큐멘터리 영화만이 갖는 명징한 매력을 밀도있게 드러냈다.

이날 상영관 객석을 가득 채운 150여명 관객들은 때로 긴 한숨을 뱉어내고, 때로 눈가를 훔치며 런닝타임 75분 동안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이날 상영관에는 한일 경색국면으로 방일 교류일정이 취소된 ‘한일청소년 일본교류단’ 학생들이 다수 객석을 채워 눈길을 모았다.

▲상영 후 마련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잉용철 감독이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프레시안(박호재)

영화 제목 ‘나고야의 바보들’은 새벽에 집을 나서 온종일 이어지는 미쓰비시 본사 앞 가두 홍보에서 고작 30장의 전단배포도 쉽지 않은 일본 시민들의 냉담 속에서도 10년여 동안 소송 투쟁을 계속해 온 ‘나고야 시민 소송단’의 우직한 행보를 빗댄 상징어라 볼 수 있다.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해 잇따른 낙선에도 불구하고 낡은 정치 세태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은 ‘바보 노무현’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상영 후에 마련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임 감독은 아직 완결되지 못한 근로정신대 소송투쟁의 전말을 몹시 안타까워 했다.

임 감독은 “할머니들이 평소 소송 이겨서 배상 받으면 돼지 잡아 잔치하겠다 했다. 그래서 돼지 잡아 마을 잔치하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를 끝내려 했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대해 “제한된 여건 때문에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의 행적에 앵글을 맞추다 보니 나고야 시민 소송단에 참여했던 그밖의 많은 주인공들, 그리고 이들을 후원한 1천여명의 나고야 시민들의 얘기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고통스러웠다”고 답했다.

또 임 감독은 최근 반일운동을 거론하며 “이번 영화를 통해 일본에도 우리가 미워할 수 없는 양심적인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이 환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근로정신대 관련 다큐 속편들을 계속 제작해보겠다는 의욕을 밝히기도 했다.

나고야 시민 소송단의 투쟁사를 전편으로 삼고 ‘원고 양순덕’과 같은 제목으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의 시간 진행을 맡은 프로그래머 조대영은 ”제작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임 감독의 10년 기록은 기적이다. 우리 모두 임 감독에게 배팅하자“고 호소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임용철 감독은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 PD로 주로 소외 받는 사람들의 삶을 영상에 담는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 왔다. <끝나지 않은 싸움·동광주 병원> <꿈의 농학교> 등을 연출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이들을 돕는 일본소송 지원회 회원들을 취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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