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의 IT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 등 삼성 반도체 노동자 추모주간 행사의 일환이다. 아시아노동감시센터(AMRC), 대만 산업재해노동자 협의회(TAVOI), 노동 감시(Labour Watch) 등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가자들은 이날 삼성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비판 의견을 냈다.
▲ 아시아노동감시센터(AMRC)에서 중국의 노동조건을 모니터링하는 아포 레옹이 아시아 IT산업의 현주소를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아시아에서 전세계 전자제품 40%가 생산되는 이유는?
AMRC에서 중국 지역을 담당하는 아포 레옹은 "IT산업이 청정 산업이라는 것은 기업의 홍보에 불과하다"며 "삼성 역시 국제적인 윤리강령에 반하는 자체 행동강령을 강요하고 있고 이에 불만을 제기하면 해고하는 등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포 레옹은 "기업들이 내세우는 사회적 책임(CSR) 역시 의무가 아닌 하나의 경영전략이 되었다"며 "한편으로는 안전기준을 지키고 직원들의 자체활동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노조를 만들려고 시도하면 해고를 일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AMRC에 따르면 IT산업 부문의 가혹한 노동환경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국‧한국‧대만‧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전 세계 전자제품의 40%를 생산한다. 다국적 IT기업의 복잡한 하청 구조로 얽인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각종 독성 물질을 다루며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아포 레옹은 "특히 손기술은 좋지만 노동 조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의 피해가 크다"며 "IT부문의 산업재해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불려지며 4~5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돼 입증이 쉽지 않을뿐더러 고용 계약도 없어 다치면 바로 버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빨리 탈출하는 편이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더 떨어지는 등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섬유나 의류 같은 전통 제조업과 달리 IT분야에는 이러한 노동 조건에 대해 기업에 어떤 압력도 가해지지 않아 저가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지속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노동 감시'의 샬롯 우는 대만과 중국에서 일어난 다양한 산업재해를 소개했다. 그는 "아이폰의 평면 모니터를 만드는 한 회사는 필수 보호 장비를 제공하지 않아 수 백 명의 노동자가 헥산 중독을 일으켰고 18세의 어린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기도 했다"며 "이들 대부분이 휴일도 없이 매일 12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고 어린 여성들은 성폭행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도 미국 IT회사 RCA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만 노동자들과 한국에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시그네틱스지회,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이 참가해 IT산업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하고 노동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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