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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선 탈선사고 대응이 '안전 하청 회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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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선 탈선사고 대응이 '안전 하청 회사' 만들기?

[기고] 정부 관료들의 철도 쪼개기

유명한 우화가 있다. 사람들 눈을 감기고 코끼리를 만지게 했을 때 코끼리는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구현됐다. 전체를 보지 못하거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을 은유한 눈감고 코끼리 만지기 같은 일이 한국철도 정책에서 꽤 오랫 동안 진행됐다.

철도는 무엇일까? 그 특질은 다른 교통수단과 어떻게 다를까? 또 철도의 고유한 특성이 한국이라는 곳에서는 어떻게 접목되고 기능하고 있는가? 역사와 시간 속에서 어떻게 발전 또는 쇠퇴하고 오늘날의 자리까지 왔는가? 더 나아가 왜 철도는 공익성이 강한가? 친환경적인가? 철도를 보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고 이해의 축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 철도정책을 손에 쥔 사람들은 아주 단순한 한 가지 현미경만으로 철도를 재단했다. 그것은 돈을 벌 수 있느냐 아니냐? 였다. 철도적자 문제는 정부가 주도한 이른바 "개혁"의 출발점이었다.

적자는 비효율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 비효율은 독점, 정규직 고임금, 과다인력, 강성노조, 물류부실, 공영체제 등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의 해결책은 경쟁체제, 비정규직화나 외주화, 인력감축, 노조와해, 민영화다. 과연 이 해결책이 실행되면 한국철도는 최고 우량기업으로 거듭나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까?

20년간 한결같이 진행된 정책 기조는 시설과 운영을 분리시켰고 고속철도마저 코레일과 SR 두 기관으로 갈라 쳤다. IMF경제위기로 투자 부실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철도는 이어지는 극우정권을 거치면서 겉은 화려해졌지만 속은 썩어들어 갔다. 겨우 정권이 교체되고 진정한 철도 개혁이 실현되는가 싶었는데 허망한 꿈이었다. 옛 정책을 숭상하는 고위 관료들은 건재했고 또 일부는 승승장구했다.

철도 개혁을 천명했던 국토부 장관은 조용하다. 이런 가운데 강릉선 탈선 사고 등을 빌미로 정부 관료들의 철도 쪼개기는 더 교묘해지고 정밀해졌다. 이제는 철도 관제권까지 철도공사로부터 환수하겠단다. 관제권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때 나오는 헤드라인은 "철도공사가 관제권 갖는 것은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에서 관제 맡는 격"이라는 말이다.

심지어는 철도 전문가라고 호명되는 자들조차 같은 논리를 댄다. 일부 언론이야 국토부 보도 자료를 베껴 쓰는 것이라고 하지만 소위 전문가 행색을 하는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된다. 국토부를 비롯해 철도 정책을 다루는 이들이 항공관제와 철도관제의 차이를 무시하고 이 같은 논리를 들이민다는 것은 그들이 철도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거나 숨겨진 다른 이유로 시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만 84개이다. 반면 서울역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열차는 모두 코레일이 운영한다. 공항이라는 기반 시설은 개별 항공사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관제실은 독립적으로 기능한다. 반면 철도관제는 중앙관제실과 전국의 역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열차 운행을 맡은 기관사와의 일상적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국토부는 철도공사가 직접 관제를 하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철도 안전 분야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같은 나라들에서는 왜 철도 운영기관이 직접 관제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행태가 지난 20년 동안 레파터리만 바꿔서 계속됐다.

이제 국토부는 자신들이 청원한 강릉선 사고 관련 감사원 특별감사를 통해서 또 하나의 숙원 사업인 산하기관 하나를 더 늘리려 하고 있다. 철도안전을 책임질 (가칭)철도안전기술원이나 철도안전공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국토부는 퇴직 관료 일자리 창출에는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구나 기관이 없어서 강릉선 탈선 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안전은 철도 정책의 굵은 기초로 박히지 못했다. 효율성에 밀려 생색내기 식 보조 개념에 묻혀있었다. 감사를 받고 반성을 해야 할 부처가 칼자루를 쥔 꼴이다.

국토부 장관은 임기 초기 부동산 문제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조금씩 그 성과도 나타나려 하고 있다. 철도 문제도 관료들의 포위망을 뚫고 개혁의 고삐를 다시 쥐기를 바란다. 시민들은 안전한 철도, 편리한 철도, 값싼 철도를 원하고 있다. 진정한 철도 발전을 위해 장관이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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