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안 대책위 사이에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과 경찰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양측 5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이후, 정부와 대책위 사이에 대화가 진행되면서 주민과 경찰 양측은 최대한 충돌을 자제해 왔다.
***부안 주민-경찰 충돌 50여명 부상**
위도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는 전북 부안 주민들이 7일 오후 부안군청 앞 집회를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 양측 5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충돌은 다소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후 7시30분경 각 지역에서 촛불 시위를 위해 올라온 주민들 중 일부가 군청 앞에서 결집하는 과정에서, 촛불 시위 장소인 수협 앞으로 이동하지 않고 경찰과 대치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소식이 부안수협 앞에서 촛불 시위를 진행하던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급기야 군청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대규모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도 방패와 곤봉을 동원해 주민들을 진압했으며, 격앙된 주민들도 이에 맞서 돌 등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상당수가 돌이나 병에 맞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투석전이 오고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모(59)씨 등이 뇌출혈을 일으키는 등 주민 30여명과 경찰 20여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문규현 신부도 충돌 과정에서 곤봉에 맞아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와 대화가 길어지고,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오면서 주민들이 상당히 격앙돼 있는 상태"라면서 "어제도 경찰의 진압에 맞서 돌이나 쇠파이프를 찾는 주민들이 많아 대책위가 자제를 요청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자칫 하면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뻔 했다는 것이다.
***음주 진압 논란도 제기돼**
한편 7일 우발적인 충돌은 일부 경찰이 음주 진압을 한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차 충돌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주민은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들어있는 맥주병으로 바로 앞 주민의 머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그게 시발점이 돼 극렬한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한 대책위 관계자는 "반핵교사모임 대표인 이강산 선생이 내용물이 들어있는 맥주병에 맞는 것을 바로 옆에서 봤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 "병원에 실려 온 경찰 중 일부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그 중 일부가 문병 온 주민들을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7일 폭행 사태는 일부 경찰들의 음주 진압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안 경찰서는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음주 진압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어제 관련한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15일까지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와 대안 제시해야"**
한편 7일 명동 YMCA회관에서 열린 정부와 부안 대책위 사이의 공동협의회 3차 회의는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이해와 동의가 중요하다"면서 "주민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민에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핵폐기물처리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 내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시설 안전성' 설명회나 공청회, 찬반 토론회 등을 제안했다. 또 부지 정밀 지질조사에 대책위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대책위는 "핵폐기물처리장을 주민 동의 없이는 강행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사업 백지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대책위는 또 "정부가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와 그 대안을 오는 15일까지 제시하지 않으면 협의회에서 철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책위는 "신망받는 인사들을 포함한 대통령 직속의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를 구성한 뒤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과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일괄타결을 이뤄내자"고 덧붙였다.
공동협의회는 양측 각각 1~2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구성해, 쟁점을 정리한 뒤 14일 4차 회의에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부안 주민, "범죄 행위에 왜 양보해야 하나"**
7일 충돌과 대책위의 입장은 부안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대책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부안 주민들은 정부와 전북도 등의 설명회와 공청회, 토론회 제안이나 정밀 지질조사 강행 방침이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전제로 한 '시간 끌기'라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주민들은 또 "정부와 전북도가 우리에게 범죄 행위를 저질렀는데, 왜 우리가 양보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입장에서는 정부가 주민들을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계속 원칙만 확인한다면, 대화를 끌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1주일 남은 기간 동안 정부가 부안 주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사태 해결의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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