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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북한산 관통도로 공론조사 수용했다"?

조계종 "아니다", 정부 밀어붙이기식 행태 또 도지나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 관통도로(사패산 터널)를 둘러싸고 종교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가 또 성급한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보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안한 '공론조사'에 대해 조계종 내에서 오고 간 얘기를 확대 해석해, 불교계가 마치 기존 입장을 바꿔 정부 제안을 수용한 것처럼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 "조계종측이 입장 새롭게 정리할 것 기대"**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은 4일 국무회의 브리핑 자리에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보고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전한 후, "불교계가 정부의 공론조사 제안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내비쳤다"면서 "불교계가 공론조사를 수용할 경우 이를 즉시 실시할 수 있도록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준비 작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 차장은 "공론조사 준비와 동시에 역사, 문화, 환경 등 수행환경 개선 및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정부의 대화 노력 강조한 것뿐"**

하지만 이런 발표는 정부의 기대일 뿐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보고는 '불교계의 입장 변경'을 시사하기보다는 조계종내 분위기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적인 반응이다.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법전 종정 스님이 지난달 31일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가적 어려움을 감안해 화합차원에서 정부가 제안한 공론조사를 적극 검토해 보라"고 말한 것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보고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런 일을 통해 갈등을 처리하는 과정부터 합의하는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면서 "이런 사례들을 하나씩 축적해 나간다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노 대통령은 "힘들더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협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대통령의 언급은 "지금 공론조사를 정부에서 추진 중인만큼, 과정을 합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불교계나 환경단체에서 공론조사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명시적으로 불교계의 입장이 변했다는 발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기자 간담회에서 "불교계는 아직 공론조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의 대화 노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조계종, "입장 재검토는 없어"**

조계종측도 '입장 재검토'는 없다는 반응이다.

정 차장의 발언에 대해 조계종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불교계는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 불이행 사과와 현재 제시된 공론조사 대신 공정성이 전제된 공론조사를 정부에 제안한 상태"라면서 "정부가 이런 불교계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 재검토는 없다"고 정 차장의 발언을 부정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법전 종정 스님을 예방한 직후, 종정 스님의 언급에 대해서 "이라크, 북핵, 노사문제 등 나라가 혼탁한 시대에, 불교계 공약이지만 대통령께서 공론조사라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으니 타당성이 있으면 검토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는 법장 스님의 총무원장 공약 중 하나였다.

한편 정부의 공론조사 제안에 대해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공론조사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공론조사시 '대안 노선의 검토'를 진행할 것, ▲기존 정부ㆍ시공사의 자료를 무효화할 것, ▲대통령은 찬반 양측으로부 진행 정례 보고를 받을 것, ▲공론조사의 기간을 미리 정하지 않을 것 등이 포함된 공론조사 시행안 제시를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불교계 내에서도 공론조사를 수용하자는 여론이 있는 만큼, 정부는 공론조사를 밀어붙이기보다는 불교계가 제시한 공정한 공론조사를 위한 전제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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