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9일 네티즌의 강한 반발에 굴복, 한국국방연구원 송영선 안보전략연구센터 소장을 국방부 대변인으로 기용하려던 당초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무조건 파병론을 외쳐온 정부 안팎 파병론자들의 발언권 약화도 예상된다.
***국방부, 송영선 내정 철회 밝혀**
송소장과 마찬가지로 국방연구원 출신인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국방부 기자실에 들러“군 개혁과 조직개편을 위해 그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돼온 대변인직을 공식 직제에 편입, 민간인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직제개편 일정이 불투명해 종전대로 대변인직에 현역 군인을 임용키로 했다”고 철회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송영선 소장의 국방부 대변인 기용 내정은 완전 철회됐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달 초 임기가 끝나고 육군본부 전력단 사업관리처장으로 보직이동하는 황영수 대변인 후임으로 송영선 소장을 임명토록 하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송영선 소장은 그동안 “파병시 미국에게 요구조건을 내거는 것은 거지근성”이라는 등 친미적 입장에서 ‘무조건 파병’을 주장하는가 하면, “위험수당만 2백만원 준다고 하면 갈려고 하는 사람 수두룩하다”며 “신용불량자 같은 사람들을 (파병 군인으로) 뽑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해 상당한 비난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편 차 실장은 민간인 영입계획을 유보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변인 자리에 현역 또는 민간인을 임명할 수 있도록 별정직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희박하고 대변인 교체시간이 촉박한 점 등”을 거론했다.
***네티즌의 승리**
하지만 표면적인 이런 이유보다는 ‘송영선 소장 국방부 대변인 내정’ 보도가 나간 이후로 보인 일반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이 가장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대변인 내정을 즉각 철회하고, 조장관은 사퇴하라는 등의 비난 글이 쇄도했었고, 친미적 발언 등 ‘무조건 파병론’을 펼친 데 대한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비등했었다.
민주노동당과 인터넷 다음카페 ‘신용불량자 클럽’ 소속 20여명도 이날 오전 국방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나라당 정책회의에서 ‘신용불량자를 이라크에 파병하자’는 취지의 송씨 발언은 채무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전쟁터로 나가라는 뜻이며 장기를 팔아서 빚을 갚으라는 채권추심워들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며 송씨의 대변인 내정을 취소할 것을 국방부에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임동현 부장도 “내정 철회를 환영한다”면서 “오늘 3백50만명을 돌파한 신용불량자들을 파병군인으로 보낸다는 상식이하 발언을 한 송 소장을 국방부의 입으로 기용하려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밝혔다.
국방부 한 관계자도 송영선 소장 내정이 철회된 데 대해 “언론의 반응을 전혀 무시할 수 없었으며 네티즌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혀 네티즌의 강력한 반발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음을 시인했다.
송소장 내정 철회로 이번 주 중으로 실질적인 대변인직을 마치게 되는 황영수 대변인 후임으로는 남대연 전 합참 군사전략과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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