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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 침뱉은 범인은 혼혈"이란 거짓말들,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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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소녀상에 침뱉은 범인은 혼혈"이란 거짓말들, 어떻게 할까?

[해설] 우리 안의 혐오, '차별금지법'으로 풀어야

"업체를 거치는 매매혼 국제결혼은 근절되어야 한다. 반쪽짜리 한국인 양산하는 다문화정책은 조촉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번에 안산 소녀상에 침뱉은 범인들도 러시아 혼혈, 대만계 화교라는 얘기가 돌고있더라. 다문화는 국가적 자살행위이다." stag****

"말이 좋아 결혼 이주 여성이고 다문화가정이지 이런 부작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있는 사실상 매매혼 아닌가? 이들과의 사이에 태어난 2세들도 제대로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jych****

"현지에 가서 몇천만원 쥐어주고 여자를 사가지고 오는 행위 자체가 이런 결과를 품고 있다. 신원보증이 남편에게 종속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면 결혼을 핑계로 입국해 도망가는 신부를 어떻게 막나? 피차 신뢰없는 결혼에 이런 안정장치가 없으면 도망가는 신부 때문에 돈잃고 가정파탄 나는 가정 수두룩할껄? 도망가는 여자는 소수라고? 그럼 때리는 남자도 소수다. 결국 매매혼이 문제고 이걸 막지 못한다면 사안을 양쪽에서 같이 과야지 한쪽면만 보고 신원보증을 없애자고 주장하면 나머지 반대쪽은 어떻하나? 시집와 본국 남자랑 바람피는 사람 널림." jeje****

지난 7월 8일부터 19일까지 연재된 <프레시안>의 '결혼이주여성 잔혹사' 시리즈에 달린 댓글이다. 당시는 7월 7일 공개된 '베트남 아내 폭행 영상'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현실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을 때다. 짧은 댓글 속에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결혼 제도를 악용하고', '가난하고 낙후한 나라에서 한국 남성을 등쳐먹으려고 왔으며', '단일 민족인 한국인의 순수혈통을 더럽히는' 존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혐오 받는 집단 중 하나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펴냄)를 쓴 김지혜 강릉원주대 교수는 이를 차별을 받는 여러 집단에 속해 있어서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차별을 받는 '교차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결혼이주여성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동시에 받는다. '가난한 나라 출신', '타인종', '여성'이라는 복합적인 차별 기제가 동시에 작용한다. 게다가 업체를 통한 '매매혼'이라는 방식은 이들이 처한 현실을 정당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돈 받고 왔으니 그정도는 감내 해야지"라는 식이다.

▲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36)씨가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은 그러한 차별기제가 동시에 작용한 사건이다. 남편은 한국어를 못 알아 듣는다는 이유로, 아내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럼 없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폭행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는 피해자의 과거 행적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피해 사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쉽게 폭행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사회에 만연한 혐오적 인식, 다시 말해 자신들에게 불친절하고 폭력적인 한국 사회의 태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경찰에 신고해서 가해자가 재판을 받는다 해도,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 또다시 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폭행 피해 당사자인 베트남 여성이 '영상'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한국 경찰이 아닌 같은 베트남 출신의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는 점은 사소해보이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일상적인 혐오표현의 위험성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혐오'다. 혐오표현에 대한 국제적인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보통 사전적으로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성 정체성에 근거하여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증오를 표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대중적 행위" 또는 "특정한 인종과 같이 일정 집단에 대하여 폭력을 야기할 수 있는 의사전달로서 적대감 표출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으로 정의한다.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 펴냄)의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혐오표현을 "일반청중을 대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국 사회의 혐오 현상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베'다. 여성은 '김치녀'로, 성 소수자는 '똥꼬충', 전라도 사람은 '홍어' 등으로 호명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는 '어묵'으로 불렸다. 일베의 혐오표현에 분노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일베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혐오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회에 만연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널리 퍼져있고 사람들의 인식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혐오 정서를 확대 재생산 하는 식이다.

일상적이었지만 공개적으로는 터부시되던 혐오 표현은 일베를 통해 공공연해졌고 정치권으로 넘어와서 '막말', 또는 '사이다'라는 이름으로 중요한 정치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막말정치'의 중심에 있다. 막말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대내외로 비난이 이어지고 당 지지율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다.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라고 했다가 당 윤리위에 회부됐던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혐오표현은 정치인 개인에게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되어버렸다.

5.18민주화운동도 빠지지 않는 막말의 대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도 5.18은 민주화운동이라고 인정했음에도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북한개입설'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엔 전두환 씨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이 다시 불을 지폈다. 전 씨는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하기도 했다.

혐오표현 규제 방안 없나

현재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으로 혐오표현을 처벌하고 있다. 일베의 '세월호 어묵' 발언은 유가족 단체로부터 피소된 바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해처먹는다'고 표현한 차명진 전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 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민 고발단으로부터 모욕죄와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되기도 했다.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전 씨는 2018년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형법상 모욕죄(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명예훼손(제307조)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 사자명예훼손(제308조)과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제70조)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죄가 성립한다. 차명진 전 의원이나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라는 특정한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기에 고발 근거가 성립했다.

문제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영역 바깥에 있는 혐오표현이다. 혐오표현은 개인이나 단체를 특정하지 않기에 기존 모욕죄 등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그나마 올 7월부터는 형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양형이유에 '혐오'가 추가되기도 했다. 혐오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나 해당 법의 틀 안에서는 어찌됐든 개인이나 집단을 특정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앞서 예시 댓글로 든 결혼이주여성을 향한 혐오표현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혐오표현은 그 대상이 되는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여 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인권단체와 법률학자 등은 지적한다.

2016년 12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보면 소수자가 혐오표현 피해로 교육권과 노동권과 같은 사회적 권리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수자는 혐오표현을 겪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마치 사회에서 ‘없는 사람’, ‘없어야 할 사람’ 또는 ‘숨어야 할 사람’, ‘해가 되는 사람’으로 취급당하면서, 학업이나 일을 유지해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중단한 사례가 꽤 많았다. 조사대상자 총 20 명 가운데 10명이나 학업이나 일을 중단하거나 학교를 전학하는 등 혐오표현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져 사회 불안을 가중한다는 게 중론이다. 증오범죄 연구자인 브라이언 레빈은 사회의 차별구조의 정도를 보여주는 '증오의 피라미드(혐오의 피라미드)' 5단계로 이를 설명한다. 1단계인 편견이 2단계 편견에 의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혐오표현은 2단계에 해당한다. 편견에 의한 행동들이 묵인되고 용인되어 사회 전체에 만연해진다면 3단계가 고용에서의 차별 등 구조적 차별이 만들어지고 공고해진다. 나아가 4단계인 폭력행위로 발전하며 마지막 5단계, 의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한 인종을 말살시키는 제노사이드가 벌어진다. 혐오표현은 차별구조의 중요한 요인이자 증오범죄의 전제인 셈이다.

ⓒ연합뉴스

혐오표현 금지법, 필요할까

혐오표현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국회에서는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차례 발의됐었다. 최근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이 정치계에서 논란이 되면서, 혐오표현 관련 법안이 4개나 발의됐다.

의견은 갈린다. 혐오표현의 위해성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은 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들은 혐오표현 금지법에 신중한 입장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는 혐오표현 금지법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이다. 인권단체 등은 표현이 제한된다면 개인 사상의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혐오표현 금지법 도입을 반대한다. 국가권력이 남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부터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포함해 정치적 표현에 대한 형사규제, 인터넷상 표현에 대한 국가의 규제 등. 이들 법으로도 충분히 혐오표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차별의 해소가 혐오의 해소

혐오표현을 제재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혐오표현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혐오표현을 차별의 하나로 규정해 제재하자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6년 12월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차별의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혐오표현의 피해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성정체성, 출신, 장애(신체조건), 정치적 의견,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교육, 고용 등의 공적인 영역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2007년 처음 발의됐으나 '성정체성' 등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혐오표현을 규제하게 된다면 회사,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의 혐오표현은 차별의 하나로 처벌받는다. 다만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인터넷 댓글이나 커뮤니티는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인터넷 댓글이나 혐오적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법이 아닌 해당 플랫폼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최소한 공적 영역에서 혐오표현을 금지한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도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일상의 미세한 차별적 시선이나 행동은 규제보다도 체계적인 교육으로 바꾸고, 사회 전반을 검토해 구조적인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교육과 제도 도입으로 우리사회의 혐오표현을 줄여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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