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표적인 외교 업적으로 내세워온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코츠는 2차 북미정상회담 한 달을 앞둔 지난 1월 말에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에 꼭 필요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가 북한 비핵화에 합의할 가능성도 크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내 상당수 언론은 코츠를 대북 강경파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비핵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 '강경파'이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 '온건파'라는 분류는 지극히 단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이고 공개적인 '비핵화 낙관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교하면 이러한 지적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틈만 나면 "김정은 위원장이 적어도 6번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그 약속을 믿는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폼페이오는 사석에서는 비핵화 가능성에 회의론을 종종 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는 데에 여러 가지 장애물을 높게 설치해온 인물이다. 북한이 그를 기피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코츠는 솔직한 인물이다. 그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봐왔던 이유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쳐서가 아니라 이성적이기 때문이라고 여겨온 데에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정권 및 국가의 생존을 위한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솔직한 평가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코츠가 2017년 7월에 했던 아래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가 보기엔 김정은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일들을 예의주시해왔습니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과 그걸 지렛대로 삼았던 국가들을 말이죠. 김정은은 자신의 주머니에 핵 카드를 넣고 있어야 강력한 억제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중략) 북한이 리비아와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에서 얻은 교훈은 불행하게도 '만약 핵이 있으면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핵무기가 없다면 그걸 가져야 한다'라는 것이죠."
리비아는 2003년에 핵 개발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 폐기를 선언해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의 주체인 카다피는 8년 후에 서방국가들의 군사적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한때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고 모든 핵을 폐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해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핵무장을 선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코츠의 지론인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코츠의 예상이 틀리길 바란다. 그리고 그의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핵무장에 의한 안보가 아니라 다른 방식에 의한 안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 1차적인 책임과 역할은 미국에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핵 문제가 본격화된 1990년대 초반 이후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며 애정고백을 하면서 계속 고통을 가하는 '데이트 폭력'을 중단하는 게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비핵화에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까지 섞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비핵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유력한 길이다. 그리고 66년을 넘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70년 넘게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외교관계를 수립하면 비핵화의 문은 활짝 열릴 수 있다.
모쪼록 비핵화를 '미션 임파서블'로 불러온 코츠가 틀리고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공언해온 트럼프가 맞기를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