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대출금리가 1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면서 기준금리와의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0년 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94%로 전월대비 0.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12월의 6.89%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잔액기준 대출금리도 전월대비 0.05%포인트 상승한 5.91%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가계대출금리는 6.02%로 전월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및 예ㆍ적금담보 대출은 각각 5.88%, 5.43%로 하락했지만 보증 및 신용 대출금리가 각각 6.06%, 6.32%로 올랐다. 기업대출금리 역시 지난달 12월보다 0.13%포인트 오른 5.92%를 기록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가계대출금리가 5.48%, 기업대출금리는 6.29%로 상승했다.
예금금리도 1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금리는 3.87%로 지난해 1월 4.16% 이후 가장 높았다. 정기예금 금리가 0.22%포인트나 상승하며 순수 저축성 예금 금리가 3.93%로 상승한 반면, CD금리와 RP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장형 금융상품 금리는 3.66%로 전월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도 잔액기준 2.71%로 전월대비 0.03%포인트 올라 2008년 11월의 2.89%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2.07%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떨어졌다.
버냉키 "'제로'금리 유지할 것"
한국은행은 새해 들어서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준금리 2.0%를 유지해 왔지만 시중금리의 이러한 상승세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감지돼 왔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재할인율을 14개월 만에 인상하는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바뀔 것이라는 신호는 아직 없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이사회(Fed) 의장은 24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주택시장의 불안과 10%에 달하는 실업률 등 고용시장의 취약함이 계속되는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버냉키 의장은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8일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인상한 것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단호히 부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틀 연속 하락했던 미 증시는 25일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0.89%, 1.01%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역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은이 23일 공개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열석 발언권을 행사한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은 금리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가계대출 부담 등을 이유로 확장적 거시경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은의 첫 금리 인상 시기를 3월로 전망했던 HSBC도 25일 나온 보고서에서 시기를 3분기로 늦췄다. HSBC는 "한은이 상당한 정치적 반대를 무릅쓰고 조기에 긴축기조로 돌아서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데 정당화될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며 "4월에 금통위 위원 3명이 교체되면서 한국은행은 덜 매파적인 쪽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준금리의 조기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지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 거품과 물가 상승이 가시화된 후 나서면 너무 늦다"며 "유래 없는 초저금리 기조가 불러올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금리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