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재할인율을 14개월 만에 전격 인상했다.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보긴 어려우나, 긴축정책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의 대표적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다. 시중은행이 자금이 부족할 때 갖고 있던 어음을 중앙은행에서 할인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다. 통상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때 재할인율을 올리면 시중 금리도 덩달아 올라 민간의 자금수요 감소로 이어진다고 알려졌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예상될 때 재할인율을 내리면 시중에 자금이 보다 많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연준, 재할인율 전격 인상
18일(현지시간) 연준은 재할인율을 기존의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이는 19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0~0.25%)와 재할인율의 스프레드(금리차)는 0.5%포인트로 확대됐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지금의 제로 수준, 0.5%로 낮춘 후 14개월 간 금리를 동결해왔다.
연준이 유동성 환수를 위한 움직임을 취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지난 주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지난 10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머지않은 시기(before long)에 할인율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연준은 이번 재할인율 인상이 본격적인 출구전략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꺼리는 듯한 인상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 움직임에 경기가 위축되는 것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로이터>는 크리스 럽키 토쿄-미스비시 UFJ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연준은 재할인율 인상이 기술적인 조치에 불과하며 정책 변화가 아니라는 점을 하루 종일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은 경고 신호(a shot across the bow)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구전략 결국 시작…한국도 준비해야"
연준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어정쩡하게 취하면서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국내 시각도 엇갈린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버냉키 의장이 의회 증언 후 내린 첫 번째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거의 쓰이지 않는 재할인율 인상으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공 연구위원은 "재할인율을 먼저 인상해 시장 반응을 충분히 지켜본 후에야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결국은 출구전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은 출구전략의 순서로 유동성 흡수-금리인상-자산매각을 밝혀둔 바 있다"며 "이번 조치는 유동성 흡수를 위한 첫 번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미 출구전략은 큰 틀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그는 "중국의 긴축에 더불어 미국도 출구전략을 가시화해 글로벌 유동성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국도 변화하는 상황에 본격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중국도 미국도 본격적 긴축으로 회귀 중, 한국은 파티 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미국과 달리 한국 정책당국은 긴축 의도만 내비치고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며 "공조를 유지하려면 한국도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기준금리는 3월에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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