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남부를 강타한 지 하루가 지난 지금 그 피해 규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인명피해만 1백20여명에 이르고, 재산피해도 공식집계인 1조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농수산물외에 한국 제조업의 양대산맥중 하나인 부산-울산-마산 등 이른바 '3산 지역'에 치명적 타격이 가해져,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아지는 등 큰 후유증이 예상된다.
***사망실종 126명, 더 늘어날 듯**
지난 13일 밤 시신 2구가 발견됐던 경남 마산시 해운동 해운프라자 건물에서 14일 추가로 시신 6구가 수습된 것을 포함해 애초 50여명 안팎으로 예상됐던 인명 피해가 15일 0시 현재 1백26명으로 늘어났다.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경남 사망 54, 실종 13, ▲대구·경북 사망 14, 실종 7, ▲부산 사망 7, 실종 6, ▲전남 사망 10, 실종 1, ▲강원 사망 8, 실종 1, ▲제주 사망 2, ▲전북 실종 1명 등 전국적으로 126명(사망 95명, 실종 3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 피해 1조6백억원 잠정 집계, 더 늘어날 듯**
재산 피해도 집계가 진행될수록 급증하고 있다.
14일 오후 11시 공식적으로는 현재 건물 1천9백40채 파손, 농경지 경지 1만7천227ha 침수, 선박 좌초 및 파손 2백82척 등으로, 경남 6천억원, 부산 2천1백50억원, 강원 7백64억원, 울산 5백억원, 대구·경북 8백73억원, 전남 2백22억원, 전북 90억원, 충북 26억원 등 총 1조6백2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공장가동 중단, 물류 마비, 클레임 등에 따른 간접피해 등까지 합할 경우 피해규모는 수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태풍이 동반한 폭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도 그 피해 규모가 계속 커져, 현재 잠정적으로 전국 3만ha가 침수된 것으로 보여 올해 쌀 수확량이 3천만섬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것은 1980년(2천4백65만섬) 이후 처음으로 3천만섬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또 영남 지역의 사과와 전남 지역의 배 낙과율이 50%를 넘는 등 농가의 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농림부는 당초 올해 사과·포도의 수확량이 8%가량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폭풍이 정면으로 휩쓸고 지나간 남해안 양식업장의 피해도 커, 가두리-굴 양식장을 비롯해 경남-전남지역의 수산업에도 치명상을 가했고 잠정적으로 8백여척의 선박이 파손됐다.
산업계 피해도 막대하다. 특히 이번 피해는 경인지역과 함께 제조업의 양대 메카로 불려온 부산-울산-마산에 집중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물류중심지인 부산항은 태풍으로 인해 크레인이 파손되면서 컨테이너 처리능력의 12%가 마비돼, 당장 수출입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또 태풍과 정전으로 울산 SK(주), 에쓰오일 공장이 가동이 중단돼 정상 가동까지 소요되는 2~3일 동안 3백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울산의 현대중공업도 제작중이던 대형선박 가운데 11척이 큰 피해를 입었다.
여수의 14개 유화공장 역시 가동이 중단돼 정상 가동까지 30억~5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마산의 기계공단과 대구의 자동차 부품-섬유공장 등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경제전문가들은 3산지역의 치명타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하회하고 4.4분까지 그 파장이 미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은 3%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침수·정전·교통 두절 등 피해로 주민 고통 막심**
침수와 정전으로 피해 지역 주민들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만 주택 1천1백71채가 침수되는 등 전국적으로 주택 3천7백19채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지역 주민과 공무원, 군 지원병력 등이 양수기 등을 동원해 물을 빼고,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일부 지역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복구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태풍으로 정전됐던 1백47만가구 중 1백40만가구에 전기 공급이 재개됐으나, 경남 거제시 6만가구 등 일부는 전기 공급이 늦어지고 있어 16일이 돼야 완전히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공급이 늦어지고 있는 거제시는 6만6천여가구 주민 18만4천9백여명의 주민들이 태풍 후 찾아온 늦더위에 시달리며, 전기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기뿐만 아니라 수돗물 공급마저 중단된 상태라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통영시와 경북 양양·울진·봉화군 등 산간 지역 2천여가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두절도 복구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14일 일부 긴급 복구가 진행된 후에도 여전히 도로·철도 교통은 일부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
철도 노선의 경우 피해를 입은 77곳 가운데 경부·전라·중앙·태백·경전선 등 주요 간선 49곳은 응급복구가 이뤄졌으나 영동선 24곳, 정선선 4곳은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영동선은 복구에만 1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며, 정선선도 20일경에야 정상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도는 피해 구간 68곳 가운데 64곳의 복구가 끝났다. 복구 공사 중인 강원도 국도 4곳 중 35호선 강릉시 왕산면 구간과 38호선 삼척시 미로면 구간은 15일에, 59호선 양양군 현북면 2개 구간은 16일에 각각 개통될 예정이다.
14일 오후에는 낙동강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노후화한 부산 구포다리의 상판이 내려앉는 일도 발생하는 등, 태풍으로 불어난 물과 약해진 지반으로 인한 추가 피해도 예상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 특별재해지역 금주말 선포**
한편 '매미' 피해에 따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들의 복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복구 작업과 관련해 예비비 1천억원과 함께 특별교부세를 해당 지자체에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올 예비비 잔여비 1초4천억원을 복구에 우선 사용하고, 부족할 경우에는 추경예산도 편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해지역에 대한 정밀 피해조사를 벌여 충족 조건에 해당할 경우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키로 하고, 20일까지 지자체별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별재해지역은 총피해액이 1천억원 이상인 기초자치단체나 5천억원 이상인 광역자치단체에 선포된다.
행정자치부는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정부의 복구 지원액이 일반 재해보다 50~1백50% 늘어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복구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14일 군경의 협조 속에 파손된 공공시설과 침수된 농경지와 주책에 대한 본격적인 복구 작업과 방역 활동에 돌입했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각 기업들은 직원들이 출근하는 15일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14일 휴일 복구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14일 대부분 임직원이 출근해 피해 상황을 최소화하는 등 복구 작업에 나섰다. SK㈜도 정전으로 울산 미포공단에 있는 공장 여섯곳의 가동이 중단됐으나 긴급 복구 작업으로 일부 공장은 가동을 정상화했다.
또 보험 처리를 위한 각종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등 피해액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는 14일 태풍으로 인해 11개 손해보험사에 2만2천건의 피해가 접수돼 2천억원의 보험금 지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보험사고가 2만여건(5백억원)으로 가장 많고 일반손해보험 사고 4백18건(1천1백15억원), 화재보험사고 11건(2백억원) 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태풍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기 위해 회원사들의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기간 연장, 복구인력 지원 등을 촉구키로 했다. 아울러 태풍 피해 현장에 회원사의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임직원의 자발적인 성금모금과 자원봉사 활동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독려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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