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 기간에도 핵폐기물처리장에 반대하는 부안 주민들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사실상 핵폐기물처리장 강행 방침을 재차 확인해 정부와 주민들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윤진식 산자 장관, 부상 주민 위문은 거부**
12일 오전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전북대병원에 입원 중인 김종규 부안군수를 문병한 뒤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강현욱 전북도지사, 정동락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 등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전북 부안군의 핵폐기물처리장 사업은 계속 추진할 것이고 이에 반대하는 부안 주민들과 대화도 계속하겠다"고 밝혀 정부의 강행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윤 장관은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대화는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장관은 경찰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입원 중인 부안 주민들의 위문에 대해서는 "고려는 하고 있으나 현지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거부해 정부의 대화 의지를 의심케 했다.
이는 윤 장관이 앞서 입원 중인 김종규 부안군수를 찾아 "하루빨리 완쾌되길 바란다"며 "일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하고, 오후에는 입원한 의경들을 위문한 것과 대비되었다.
한 산자부 관계자는 이런 윤 산자 장관의 행보는 "군수 폭행 사태 이후 반대측의 목소리가 약해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산자부가 주도해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를 빠른 시일안에 처리하기로 결정한 산자부 내부 방침과 맞물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연단 강제 철거, 주민-경찰 충돌**
한편 한가위 연휴 기간에도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움직임은 연일 계속되었다. 특히 재설치된 수협 앞 4거리 연단을 주민들이 지키는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었다.
부안군청과 면사무소 등 관공서와 도로 길목 등 읍내 곳곳에 60개 중대 7천여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부안 주민들은 9일 저녁에 3천5백여명이 모여 촛불시위를 벌인데 이어, 10일에는 9일 새벽에 철거된 연단을 다시 설치하고 귀성객들을 포함해 8천여명이 모인 대규모 촛불 시위를 개최했다.
47일째 촛불 시위를 개최한 부안 주민들은 문화 행사를 가진 뒤, 부안군청까지 행진을 한 후 오후 10시30분경 자진 해산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귀성객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북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10시30분경 자진 해산 후 연단을 지키기 위해 수협 앞에 집결한 일부 주민들 근처로 경찰차와 전경 버스가 접근했다. 주민들은 연단 강제 철거를 시도하는 차량이라며 이를 에워싸고 경찰과 대치했다. 결국 11시경 경찰들은 진압을 시도해 경찰차와 전경 버스를 이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주민 1명이 방패에 머리를 찍혀 중태를 입는 등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1시30분경에는 경찰들이 포크레인과 쓰레기수거차량을 동원해 약 20분에 걸쳐 연단을 강제철거하고 새벽 2시경 철수했다. 경찰의 봉쇄로 행동이 차단된 대책위와 주민들은 항의 구호를 외치다가 2시30분경 자진 해산했다.
이날 충돌로 53명이 연행되었고, 경찰은 이중 52명을 귀가 조치했으나, 경찰 폭행 혐의로 정모(34)씨를 구속했다. 또 전북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성모병원 응급실로 10여명의 주민이 이송되었고, 방패로 뒷머리를 찍혀 뼈가 함몰된 20대 초반의 주민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1일 오후에도 주민들은 연단을 다시 설치하고, 오후부터 귀성객을 포함한 7천여명이 모여 문화제를 열고, 저녁에는 노래자랑대회를 겸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부안 주민들은 이후에도 촛불 집회, 학생들의 등교 거부 등을 통해 "핵폐기물처리장 선정 전면 백지화" 투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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