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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님 귀는 당나귀 귀가 돼야 하잖아요"

부안 어린이들이 노무현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두 통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반대를 주장하는 부안 주민들과 학생들의 등교 거부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등교 거부를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부안의 초·중학생들과 학부모 2백50여명이 지난 3~4일 서울에 올라와 국회와 방송국, 청와대를 방문했다.

특히 4일에는 아이들이 직접 접어만든 '소원 학(鶴)'과 직접 쓴 편지를 청와대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학교에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묻고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후에 그 일을 결정하는 것"을 배웠다는 아이들은 편지글에서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과정이 비민주적이고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지 않는 대신 삶의 현장에서 더 소중한 것을 체험하고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어린이들이 쓰고 낭독한 편지들 중 일부이다.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창북초등학교 6학년 홍세라)**

벌써 9월이 시작된 지도 3일이 지났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어제가 대통령님의 생신이었다고 보았습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생신 축하드립니다.

저는 전라북도 부안의 창북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홍세라입니다.

나라의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신 대통령님께 부안에 사는 어린이로서 저의 마음과 더불어 친구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글을 올립니다.

요즘 부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대통령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저희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에게 저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엽서도 쓰고 종이학을 접어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오늘까지 9일째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습지랑 과제물을 주셔서 부모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도 하고,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은 슬픈 일입니다.

부안에서는 나이 드신 어른들부터 저희같이 어린 아이들까지 한목소리로 외치는 일이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부안에 세워지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나고 자란 아름다운 부안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생기는 것을 반대합니다.

방사성폐기물은 위험하고,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야 해롭지 않은 물질로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일은 저희와 저희의 후손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같이 어린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창북초등학교 전교어린이회 회장입니다. "창북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우리 학교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믿고 뽑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학교의 여러 가지 문제를 친구들과 함께 상의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후에 그 일을 결정합니다. 대통령님이나 김종규 군수님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부모님이나 밤마다 수협 앞에 모이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부안에 유치하기로 결정할 때, 그런 노력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충분히 상의한 후에 결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또 약속은 진짜로 지킬 수 있는 것이거나 그럴 생각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더라도 다른 사람이 오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태도는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정직하게 답변하는 모습,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우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하시는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제 주변의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방사성폐기물처리장입니다.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무엇보다 제일 기뻐하시던 어머니께서 등교거부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잠시동안 공부나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뒤로하고, 저는 제가 사는 세상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원하는 일이 빨리 이뤄져서 배워보지 못한 2학기 책을 펴고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훌륭한 분이어서 부모님께서는 좋아하셨답니다. 그래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지하셨고, 당선되셨을 때는 함께 기뻐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통령님을 믿고 지지한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시는 대통령님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우리나라의 모든 일들이 잘 되기를 두 손 꼬옥 모으고 기도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대통령 할아버지께(부안초등학교 6학년 유미옥)**

대통령 할아버지! 저는 부안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유미옥입니다.

대통령 할아버지, 제가 살고있는 부안에 오셔 보았나요? 핵폐기장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웃끼리 잘 지내고 주말마다 산, 들, 바다를 이곳저곳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안 군수님이 핵폐기장 유치신청을 하신 뒤 부안 아이들의 얼굴의 웃음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 군수님은 부안군민의 의견도 듣지 않고 유치신청을 하였기 때문에 군민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자유의사 표시를 방해하는 불법폭력이 있다면 단호히 대처할 것"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요.

폭력을 사용한 것은 전경아저씨들입니다. 곤봉과 방패로 60세 드신 할아버지를 때려 머리에서 피가 나고, 가냘픈 여자를 때려 이빨 4개가 나가고, 혼수상태까지 만들게 했는데 과연 우리 군민이 폭력을 사용했다고 말씀하시려는지요. 대통령 할아버지! 이제는 부안을 제대로 이해하시고 보호해주세요.

한수원과 산자부에서는 핵폐기장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핵'을 왜 우리나라만 고집하는 거예요?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면 핵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잖아요.

부안 군수님께서 유치신청을 군민의견도 듣지 않고 신청했는데, 어떠한 진실을 아시길래 군수님에게 잘했다고 전화하신 거예요?

이해할 수 없어요. 대통령 할아버지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어 국민들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하잖아요. 이건 들은 이야기인데요, 군민들 여럿이 핵에 대해 알고 싶어 영광에 방문했는데 한수원에서 사람이 있게 보이려고 폐허가 된 집에 페인트칠을 하고 빨래를 널고. 이게 진실이라면 정말 황당한 일이에요. 이런 일은 6살 먹은 아이들도 알고 있다고 해요.

우리 군민 모두 '핵박사' 다 되었어요. 우리 어린이들이 무슨 죄죠?

우리는 이 문제를 우리 문제로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그 일을 하고 있어요. 등교거부는 우리의 의지이지 어른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니에요. 저희는 핵폐기장이 백지화할 때까지 등교거부를 할래요.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요. 이것은 전쟁이예요. '핵'전쟁. 정말 싫어요.

얼마전 대통령 선거 때가 생각나요. 그때만 해도 저희 부모님께서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대통령이 되시길 학수고대 했고, 걱정하시고 또 당선되시고 나서는 앞으로 좋은 정치 펴시길 믿었는데,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좋아하시는 마음이 변하신 것 같아요. 그래도 한 편으로는 다시 대통령선거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시길 비는 것 같아요.

대통령 할아버지! 다시 우리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해주세요.

이제 행복해지고 싶어요. 핵폐기장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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