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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사이언스>도 상업성에 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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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사이언스>도 상업성에 물드나

기업이해 반영한 글 마구잡이 게재, '모럴 해저드' 논란 자초

세계 양대 과학학술지로 불리는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과학자의 글을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게재해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활동의 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학자 사회와 과학 학술지가 기업과의 관계에서 좀더 엄격한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사이언스-네이처, 집필자 경제적 이해관계 알리지 않아**

2일(현지시각) AP통신은 각각 영국과 미국에서 발행되는 과학 학술지의 양대 산맥인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최근 특허를 보유하고 있거나,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과학자의 글을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별다른 공표 없이 게재한 탓에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8월21일 미국의 공익과학센터(CSPI)가 32명의 저명한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이 서명한 공개서한을 두 과학 학술지의 편집인에게 보내면서 알려졌다.

공익과학센터에 따르면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는 정신 장애에 대한 치료법을 검토하는 에모리 대학 정신의학과 찰스 네머로프의 글을 실으면서, 네머로프가 이 치료법 중 하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네이처>는 2002년에도 유전자 변형 식품(GM food)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한 과학자의 글에 대한 반론을 싣는 과정에서, 반론에 서명한 18명의 과학자 중 과반수가 몬산토, 암젠 등 생명공학 기업이나 제약회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아, 올 1월에 공익과학센터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또 미국 과학진흥협회의 기관지인 <사이언스>는 올해 1월 다국적 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의 후원을 받고 있는 댄포스 식물과학센터의 과학자 로저 비취가 쓴 유전자 변형 작물(GMO)를 옹호하는 글을 게재했다. 로저 비취는 <네이처>에 유전자 변형 식품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반론에 서명한 18명의 과학자 중 1명이다. 공익과학센터는 이밖에도 올해 상반기 기업과 연관이 있는 과학자의 글 4편을 공개서한에 명시했다.

***"제약회사-생명공학 기업이 과학활동 좌지우지"**

서한에 공동 서명한 사람들 중 하나인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전 편집자 마샤 에인절은 "제약회사와 생명공학 기업들이 과학 활동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과학 학술지가 집필자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분명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샤 에인절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편집자로 재직 당시, 집필자의 신상 공개를 강화하는 새로운 편집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공익과학센터의 항의와 마샤 에인절의 지적은 전 세계적으로 과학활동의 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깊이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공동연구와 동료심사(peer review) 등을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비교적 독립적"이라는 과학활동에 대한 기존 관념이 그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런 세태는 좀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미국의 연구개발 활동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놀랄 만큼 증가했다. 기업은 1985년의 8억5천만 달러에서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42억5천만 달러로 약 5배나 대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심지어 1998년 공립대학인 버클리 대학의 식물ㆍ미생물학과는 기초 연구 예산의 3분의 1을 다국적 기업인 노바티스로부터 2천5백만 달러의 지원금으로 조달한 일도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과학활동의 기업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연구의제가 통제되고 비밀주의가 확산되는 등 우려할 만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비상업적이지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연구들이 과학활동으로부터 퇴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바티스와 계약을 맺은 버클리 대학은 분자생물학이나 유전공학이 부상하는 대신, 식물병리학과 곤충학 과정이 포함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물학적 방제학부를 퇴출하고 말았다. 생물학적 방제학부는 주로 생태학적 지식을 활용한 방제를 연구해, 해충 확산 방지 등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냈던 곳이다.

또 오랫동안 과학활동이 지향해야 할 바라 여겨졌던 공동연구와 연구 결과에 대한 공유 전통이 사라지고 대신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비밀주의가 확산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투자해서 얻은 연구 성과가 특허를 얻기 전 미리 확산된다면 막대한 손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특허를 확보하기 전, 한두 달에서 길게는 6개월에 이르는 시간동안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과학자들은 이를 따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 스스로 기업의 입장을 내면화"**

공익과학센터의 지적에 대해서 <네이처>와 <사이언스> 편집진은 모두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연구 논문이 아니라 논평이나 다른 연구들에 대한 검토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집필자의 배경 설명은 불필요했다는 주장이다. 또 <네이처>의 편집인인 찰스 제닝스는 "연구 결과의 상업화를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며, 그것은 경제 성장의 막강한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주장을 편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과 과학활동이 긴밀해지면서 "과학자들 스스로 기업의 입장을 내면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내는데 주력하면서 과학자들 스스로 과학활동의 공익적 성격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의제 선정부터 연구 결과의 공표 또 동료심사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요컨대 이번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한 과학자들과, 그들의 글을 싣는데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편집인들의 태도는 그 단적인 증거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연구 결과의 상업화를 부끄러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업화가 가능한 기업의 입장을 염두에 둔 과학활동 만이 유일한 과학의 발전 방향"이라는 생각을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이번 지적을 집필자의 신상 공표에 대한 편집 방침을 변경하는 데 참고할 예정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관행을 확실히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학자 사회와 과학 학술지가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그들의 자율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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