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고객정보 불법이용사건에 대해 법원이 벌금 1천만원 판결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런 법원의 판결은 소비자들의 고객정보를 금융기관이 무단으로 이용해온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앞으로 유사 사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생명 고객정보 무단이용, 벌금 1천만원**
26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지난 2002년 3월에 삼성생명과 대표이사를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신용정보법)'과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위반 행위로 검찰에 고발한 건에 대해, 지난 7월3일 법원이 삼성생명에 대해 1천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판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생명의 상무인 정모씨에 대해서는 5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였으나 초범이라는 점 등이 참작되어 선고유예됐다.
삼성생명은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 등으로부터 타금융기관의 고객 거래정보 등이 포함된 신용정보를 제공받은 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신용정보와 혼용해, 자신의 보험 상품 판매 영업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런 방법을 통해 2001년 2월에는 외환위기 때 타금융기관에서 높은 이자로 대출받은 회사 고객들을 선별한 후, "자사 보험가입자로서 타금융기관으로부터 2천만원이상의 대출을 받은 아파트 거주자"란 개인 신용정보 관련 자료를 만들어 이를 삼성생명의 새로운 대출 상품 판매 촉진에 이용했다.
삼성생명은 이런 행위에 대해서 신용정보법이 정한 "상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 등의 판단목적으로 제공ㆍ이용"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경우로서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생명의 주장에 대해 "신용정보법의 입법 목적은 신용정보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점보다는 신용정보의 오남용으로부터 개인의 사생활 비밀을 보호하는 것을 우위에 둔 점"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의 판단은 금융기관이 영업을 위해 법률이 정한 신용정보 이용 범위와 절차를 무시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향후 이와 유사한 고객정보 이용이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생명과 검찰 모두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 항소심이 법원에 계류중이다. 참여연대는 피해자 16명을 대신해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따로 손해배상을 진행중인 상태다.
***신용정보 관리 체계 보완 등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개인 신용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법이 규정한 유일한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가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체계가 갖는 문제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매일 한번 이상 갱신된 모든 신용정보를 각 금융기관들에 제공해오고 있다. 이렇게 제공된 신용정보는 각 금융기관들의 중앙 전산실에서 따로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방식은 "신용정보를 국가가 공인한 한 기관에 집중해서 관리한다"는 신용정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용정보 관리의 기본 방침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집중해서 관리해야 할 신용정보가 매일 분산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경우처럼 금융기관이 악용할 소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이런 관행을 막을 만한 처벌규정도 딱히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대책마련이 더욱 힘들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의 변명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전국의 모든 금융기관과 각 점포에서 신용정보를 실시간으로 의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정보를 각 금융기관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정보 업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은행연합회와 각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관리 체계를 쇄신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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