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등 3백68개 공공기관에 대해 체납 보험료에 대한 연체료를 받지 않는 등 사실상 보험료 징수를 방기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무원사회의 전형적 '패거리주의'다.
***3백68개 공공기관 '희망보험액' 납부해 와**
19일 감사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권영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보건복지부, 국방부, 정부통신부, 철도청 등 3백68개 공공기관에 대해 납부액을 산출하지 않고 각 기관에서 사전통보해온 '희망보험액'을 보험료 납부액으로 부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건보공단이 3백68개 공공기관에 보험료를 부과ㆍ징수하면서 보험료율 등에 따라 기관별로 보험료 납부액을 산출해 납부고지서를 발부한 것이 아니라 각 기관에 납부예정 금액을 통보해주도록 요청해, 통보받은 금액을 납부액으로 부과함으로써 공공기관이 사실상 보험액을 체납하고 있는데도 가산금을 전혀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체납 부지기수, 연체료도 안 받아**
감사원은 공공기관들이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부기한내에 납부하지 않고 평균 3개월간 체납해온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2000년 7월 1일 이후 보건복지부 등 국가부담 보험료 부과 상위 10개 기관에 대한 보험료 부과ㆍ징수현황(2000년 3.4분기~2002년 3.4분기)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기마다 최소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부기한내에 납부하지 않고 평균 3개월간 체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 2.4분기 보험료의 경우에는 조사 대상인 10개 기관 모두 납부기한보다 3개월이 지나서야 보험료를 완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철도청이 예산사정 등을 이유로 2001년 4.4분기 보험료 39억6천여만원을 납부할 수 없다고 통보해오자, 건보공단은 납부기한인 12월10일보다 두 달가량 지난 이듬해 2월7일에야 보험료를 납부고지하고 다음날 징수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체납보험료의 5%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징수하지 못해 사실상 연체료를 안 받은 것도 지적되었다.
또 건강보험정책을 총괄하는 상부기관이자 건강보험료 부과액이 가장 많은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2000년 4.4분기와 2001년 3.4, 4.4분기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납부를 받았는가 하면, 2001년 2.4분기에는 보건복지부가 사전통보해온 납부예정금액 4백54억여원보다 3배 이상 많은 1천3백81억여원을 부과하고 1천6억여원을 더 받는 등 엉터리 행정을 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 만성적 재정적자**
현재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1996년부터 매년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재정건전화를 위한 건보공단과 정부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보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흔들릴 경우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을 포함한 "복지국가 건설"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이미 학계와 보험업계, 언론들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민영화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담이 큰 중증 질병의 경우에 거의 실효성이 없는 건강보험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더구나 직장의보와 지역의보가 7월1일자로 통합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직장의보측의 불만이 커 언제든지 사회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 때문에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을 이유로 내걸고 담뱃값을 인상해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꾀하는 것을 시도하기도 했다. 담뱃값에 붙는 건강증진기금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들어가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자체가 제때 보험료를 안내는 등 국민건강보험 부실화에 한 몫 한 것으로 밝혀져, 주장의 설득력을 갉아먹고 있다.
***정부, 기본부터 똑바로 해야**
이번 감사원의 지적으로 밝혀진 가산금을 징수하지 않는 등 건보공단의 엉터리 징수 실태는 정부가 여전히 기본적인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더 악영향을 주는 행태가 2년 이상 계속돼온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보험료 납부의무를 개인과 민간기관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법 집행의 형평을 기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취약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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