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는 유독 민주당 소속 후보자들이 선거에 나서기 꺼려하는 곳이다. 이곳은 5선의 고 김진재 의원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지난 2008년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이어가면서 30년 이상 탄탄하게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48세의 젊은 중진의원인 그는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부산시장 지지도 1위를 달리기도 했으며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비교적 개혁적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한 이후에는 부산시당위원장을 맡아 당 내부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왔다. 또한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는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으면서 지역을 넘어 중앙에서도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방선거 이후 시당위원장으로서 새로운 보수의 모습과 함께 과거 보수텃밭으로 불리던 부산지역 탈환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세연 의원을 만나 내년 총선과 향후 부산 발전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자유한국당 김세연 시당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지방선거 후 1년간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을 이끌어오기 위해 고생한 것으로 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본다면?
김세연 :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첫 번째 회담을 가진 바로 다음 날 선거를 치르다 보니 전에 없었던 역사적인 회담 분위기가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측면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지만 지금은 그 기대가 실망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또한 지난해 6월 당시보다 경제는 더 악화돼 있고 국민의 개인 자유를 가늠하게 하는 생명과 재산, 안보와 경제로 인해서 그동안 국민들의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이 큰 기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감지됐는데 여론조사 지지율도 올해 2월부터는 지표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와 황교안 대표 체제로 넘어오면서 이전보다는 많이 안정되고 회복 중이며 그 이후로 5월을 기점으로 한국당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소위 막말, 파문이 잇따라 나오면서 조금 주춤한 상태로 아직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반면에 실제로는 한국당과 민주당이 서로 각자가 잘해서 지지율 등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실수와 실책이 있을 때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부분에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많이 답답해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지난 지방선거로 기초의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부산시장까지 거의 민주당이 휩쓸어갔다. 야당에 입장에서 이번 민주당 시정을 평가한다면?
김세연 : 나름 의욕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민들 눈높이에서는 많이 미흡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령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시청에서 시장이 아닌 다른 인사가 행사하고 있다는 부분이 지적되는 데 대해 시민들 입장에서는 의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각 구청별로도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대거 당선됐는데 최근에는 구청장직 상실형을 받은 경우도 있다. 지역별로 의견을 들어보면 상당히 미숙하고 무리한 업무추진들로 인해서 구청 내부나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이 있다는 것도 듣고 있다.
전임 시장 때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정책들을 어떻게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또는 전임 시장 업적 뒤집기 차원에서 여러가지를 재검토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시행되는 데 대해서 과연 왜 이렇게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했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이나 해명이 없는 상태로 계속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집권 당시에 공언했던 열린 소통에 기반한 행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시청이나 구청 내부에서 공무원들이 잘 못 뽑았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 다반사라서 이것이 사실은 시민이나 야당의 평가를 대신한다고 보여진다.
프레시안 : 부산과 경남, 울산이 연대해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경제는 바닥인데 동남권 관문공항과 같은 대전제에 너무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세연 : 사실 어떤 흐름을 바꾸는 데 있어서 대명제, 대형 사업을 통해서 바꿀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작지만 중요한 문제가 도처에 산재해 있는데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신공항 문제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 때문에 이게 우선순위가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해신공항이 마치 아주 잘못된 안을 합의한 것처럼 호도되는 측면이 있는데 당시 세계에서 가장 공항 엔지니어링 분야에 권위가 높은 ADPI에서 정밀한 검토를 거쳐 김해신공항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현재 김해공항 상황을 볼 때 정상적인 국제공항이라고 할 수 없다. 오는 2026년 개항이라는 일정은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자꾸 백지화하고 가덕신공항으로 가면 시간이 밀림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최근에는 2030 등록엑스포 전에 하자는 새로운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등록엑스포 개최지가 2025년에는 일본 오사카이기에 올림픽이나 월드컵까지 가지 않더라도 훨씬 작은 규모의 국제행사도 기본적으로 대륙순환의 원칙이 개최지 선정에 기본이다. 물론 부산이 등록엑스포를 유치한다면 올림픽보다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처음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오사카라는 직전 개최지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 와서 신공항 건설과 2030 등록엑스포를 연계하는 것은 상식에 틀로 볼 때는 무리가 많아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총선 때 약속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시 전 대표 자격으로 부산에 내려와 의석 5개를 주면 가덕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던 만큼 민주당에서는 이 약속부터 지키면 될 것이다. 집권 3년 차에 자꾸 한국당이 동의를 안 해서 그렇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 약속을 먼저 지키던가 아니면 세계적인 권위기관이 평가한 안에 따라서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서가 아니라 차선이지만 일단은 극심한 김해공항 포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이 빨리 되기만 한다면 그걸 반대할 부산시민이 누가 있겠는가.
이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부분은 당시에도 TK(대구·경북)지역과 의견차가 컸었다. 경남이나 울산도 밀양을 지지했기에 저희가 더 불리한 입장이었다. 만약 이 논쟁을 다시 시작할 경우에는 부산에 여러 가지 시급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신공항이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최대한 우리가 확보한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게 현실적인 답이 아닌가. 가덕신공항은 김해신공항에 비해 경제성 평가에서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매립 비용도 낙관적인 수치만 근거로 주장하다가 실제로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되고 기간이 연장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신공항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판세 전환을 위한 빅카드로 신공항 문제를 계속 재기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2015년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이 5석 의석을 주면 가덕신공항 건설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당시 전 대표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집권한 지 3년 차가 됐으면 실현을 하면 된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임기 절반이 지났는데 그때 의석 5개 가져갔고 보궐선거를 통해 6석을 가져가 놓고 왜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에서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는가. 이것부터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민주당은 이걸 한국당의 탓으로 넘기는 건 상당히 옳지 못하다.
프레시안 : 2030 등록엑스포는 부지 선정에서도 잡음이 들리고 있다. 북항재개발과도 연계되면서 부산항만공사와 민간업체, 운영업체들과의 불협화음도 생기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세연 : 과거 중국의 대형 항구가 임가공을 할 때는 환적화물을 주로 감당했으나 이제는 중국의 산업이나 물류경쟁력이 월등하게 높아졌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 맞게 우리 경쟁력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북항의 경우에는 항만공사가 공기업이지만 기본적으로 고객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간다는 것은 경제 기본 원리상 맞지 않다. 공급자에게 수요자를 맞춰라고 한다면 시장이 작동되지 않는다. 자칫하면 남아 있던 북항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등록엑스포 부지와 관련해서도 기본적으로 엑스포는 광활한 단일 부지 안에서 한 번의 이동으로 종합 관람이 가능한 체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강서구의 넓은 부지에서 북항으로 예정지를 옮기려고 한다. 엑스포 가운데 이렇게 부지가 분할된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이 방안을 강행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신항과 북항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북항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고객들과 불화를 빚으면서까지 굳이 등록엑스포를 대비하는 명목에 부지 활용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대륙순환의 원칙으로 볼 때 2025년 오사카 엑스포가 확정된 상황에서 인접해 있는 부산에서 이를 깨고 엑스포를 유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신공항 건설과 항만 부지 조정 문제를 엑스포를 명분으로 삼아서 추진하는 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시안 : 황교안 당대표 체제에서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게 됐다. 현재 여의도연구원에서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김세연 : 황교안 대표와는 사실 악수 한 번 정도 했던 정도밖에 면식이 없다. 그럼에도 저를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한 이유를 짐작하자면 기존에 한국당에서 하지 못하고 있던 일을 해보라고 직무를 맡긴 것 같다. 그 일은 이념적으로는 중도층, 무당층과 연령적으로 2030 세대,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이 유권자 그룹이 한국당의 취약지대인데 당의 체질을 바꾸려면 이분들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을 해야 한다. 그런 인식의 전환, 새로운 정책 의제 발굴 같은 일들을 해보라고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긴 것이라 생각하고 그 과제들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레시안 : 시당위원장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차기 시당위원장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세연 : 진통이 있는 만큼 훌륭한 분을 모시게 되길 바란다. 후임자에게 원만하게 잘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만큼 계속해서 차기 시당위원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프레시안 : 최근 지지율만 본다면 한국당이 민주당을 많이 따라잡은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세연 : 일단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선출 이후에 이전에 흩어졌던 당심이 재결집하는 효과로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고 또 하나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반사이익으로 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상승 추세에 있다가 소위 막말 파문으로 인해 다시 주춤하는 상황이긴 하다.
문제는 어느 정당이 더 잘해서가 아니라 서로 자책골로 상대에게 득점을 시켜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총선은 전국 선거라서 부산만의 판세가 있거나 전략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일단 국민들께서 이미 민주당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기에 지난해 지방선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한국당이 안정적 대안이 될 수 있느냐와 수권정당의 자격이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저희가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본인 지역구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수행하려면 지역구 관리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텐데 복안이 있다면?
김세연 : 지금은 대의를 더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당위원장을 맡으면서도 부산에 있는 시간 중에서 제 지역구보다 시당 업무가 더 높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의도연구원은 중앙당 전체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우선순위가 높다. 이런 역할을 맡아 놓고 자기 지역구에만 있으면 그것은 직무유기라는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지역민들을 만날 때마다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에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옮긴 이유가 저희 지역에 가장 큰 문제인 침례병원 파산 이후에 의료공백을 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직영으로 병원을 인수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과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외에도 금샘로, 서동로 확장 문제 해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샘로는 부산대 구성원들의 반대로 상당히 지연되고 있지만 중단된 시 용이 다시 재개돼 결론이 나오면 진척이 있을 것이라 본다. 서동로는 시비 확보 말고는 뉴타운법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국비는 다 소진됐지만 행안부를 통해 특별 교부세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등 지역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세연 : 전국에 많은 권역 중에서도 특히 부산은 인접한 울산과 경남과 함께 경제적인 타격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는 어느 당이 경제 살리는데 더 유능한 정당일 것이냐가 주요하다. 앞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경제정책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이 이제 고성장 시대를 마무리 짓고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초입에서 그나마 연착륙할 수 있도록 역량발휘는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전 세계적으로 모두 충격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대비를 아주 잘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을 볼 때 이념에 렌즈를 끼고 경제를 보는 현 집권여당과는 달리 그래도 경제 실무 흐름에 정통한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경제 살리는 데는 더 일을 잘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본다. 또한 부산지역에 실추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강구 하겠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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