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핵폐기물처리장이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또다시 부안군민들과 위도 주민들의 정서와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윤 산자 장관, "위도 유치신청 철회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현금보상' 발언을 했다가 사흘뒤 이를 백지화한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위도 주민들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신청을 철회하더라도 부지선정을 번복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장관은 "이미 정부가 위도를 핵폐기물처리장 최종부지로 선정했고, 현재 행정행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철회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부안군민의 반대 시위에 대해, "주민들이 안전성에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면서 "흉흉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유치 찬성 주민에 대한 유무형의 폭력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위도 주민 설득에 최선 다하라"**
그는 다음주 4일 다시 부안군을 방문할 예정이며, 앞으로 "위협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을 경우" 설명회 등 적극적인 설득작업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안군민은 물론, 위도 주민들까지도 지난 26일 위도를 방문해서는 '현금보상'을 약속했다가 사흘뒤인 29일에는 이를 백지화한 윤진식 장관에 대한 분노가 대단해, 윤장관이 오는 4일 부안을 방문할 경우에는 애꿎은 전투경찰들만 한여름 땡볕 아래 생고생을 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부안 및 위도에서는 "윤장관의 4일 부안 방문은 고위층의 눈치를 의식한 '전형적 보신 행각'이 아니냐"는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담당자들이 이 사업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 현지시찰 등을 보내라"면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해 부안군민들의 목소리가 청와대에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정부ㆍ청와대, "주민들 정서 몰라도 너무 몰라"**
현재 주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바로 "주민 참여가 배제"된 채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다.
현금 직접보상 얘기를 흘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위도 주민들을 유치신청에 동의하게 만든 것이나, 부안군민들과 위도 주민들에게 안전성, 부지적합성을 비롯한 핵폐기물처리장에 관한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안군수의 갑작스런 결정으로 부지를 선정한 것 등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유치신청 이후에도 핵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해서 가장 철저하게 조사, 검증을 해야 할 안정성을 고려한 부지적합성 조사를 채 3주가 안되는 단기간에 끝내고, 부지선정위원들도 공개하지 않아 오히려 주민들의 불신을 더 자극했다는 것이 대다수 반대하는 주민들의 지적이다.
윤진식 장관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얘기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다음 사항들이 실천되어야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산자부나 한국수력원자력의 "1백% 안전하다"는 주장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처리장의 위험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보가 주민들에게 충분한 기간에 걸쳐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금 직접보상과 같은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지역발전방안을 다양한 입장을 가진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주민들이 검토하고 토론한 후, 직접 유치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설사 이런 과정을 거쳐 유치신청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부지 선정을 확정하기 전에 안정성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좀더 엄밀한 부지적합성 조사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대한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가 충분한 기간을 걸쳐 시행한 다음, 투명한 절차를 통해 그 결과가 공개되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지 선정이 확정된 후에도,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경우 그 때가 바로 "설득이 필요할 때"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이 "참여정부"가 출범시 내세웠던 정체성과도 부합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선진국들도 이 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으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꼽는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02년 향후 핵폐기물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기구를 구성하는 데만 3년 이상의 기간을 할당하고 있다.
***청와대, 산자부 "밀어붙이자"**
윤 산자부 장관과 노무현 대통령의 31일 발언에 대해서 주민들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도 핵폐기물처리장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0일 상경한 부안군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형식적인 핵폐기장 부지 확정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최후의 한사람까지 결사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대통령은 밀어붙이고 주민들은 "결사투쟁"을 외치는 모습이 참여정부의 현재형이다.
한편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은 31일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지난 26일 위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금보상 약속을 했다가 사흘만에 이를 뒤집은 윤진식 산자장관과 김두관 행자장관을 파면할 것을 노대통령에게 요청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노대통령의 31일 지시를 볼 때 윤장관 등을 교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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