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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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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다"

CSIS 보고서, "미국, 점점 '제3의 걸프전' 늪으로"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제3의 걸프전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보고서가 미국 워싱턴의 권위있는 싱크탱크에서 나와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라크 분파적 갈등구도 해결 난감**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즈먼은 30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제3의 걸프전, 이렇게 일어난다'(How to slide into a third Gulf war)에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 전후 처리에 실패해 제3의 걸프전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 기사는 그가 작성한 '이라크와 분쟁 종식:게릴라 전으로 가는 길?(Iraq and Conflict Termination: The Road to Guerrilla War?)'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첫번째 문제점은, 현재 미국이 이라크 주민들의 진정한 지지를 받으려는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방식대로 이라크 재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주민들이 원하는 조건에 따르는 접근법이 아니라 우격다짐으로 미국식 전후처리를 하고 있어 1~2년 뒤면 미국이 철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5~10년 이라크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것이다.

두번째, 경제복구를 포함한 전후 재건사업의 진척이 너무 느리고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 매우 많다. 지역 치안도 엉망이다. 좋은 뜻으로 하는 개혁은 먹혀들지 않거나 너무 늦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라크 주민들이 원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지도자를 찾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살아남기 위해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에 순응했던 유능한 이라크 인재'들을 거부하고 있다.

세번째, 미국과 동맹국들은 게릴라의 위협에 대처하면서 해방군이기보다는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군은 지역 치안 유지가 아니라 자신들의 신변안전을 도모하느라 점점 위축되고 있어 일반 이라크 주민들과 격리되고 있다.

네번째, 미국은 전술적으로는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수니파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수니파들은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부와 권력 분배에서 자기 몫을 얻는 반면 자기들은 점점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 바트당 잔존세력과 사담 충성파들이 수니파 이슬람 과격분자들과 연대해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수니파지만 사담 후세인의 복귀를 원하지 않는 주민들도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로부터 철수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다섯번째, 미국은 시아파가 권력을 잡는 것을 막으려고 매우 애쓰고 있다. 미국은 미.영군의 주둔을 감내하지만 이를 지지하지는 않는 시아파 다수들을 배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종교적 강경파와 이란을 돕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라크 남부에서 벌어지는 저항과 폭력이 이라크 중부에서도 똑같이 목격되고 있다.

커즈먼은 이처럼 분파적 현상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재건노력은 꼬여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르드족도 미.영을 지지하지만 석유 판매 수입이 식량 구입으로 쓰이고 밀수로 벌어들인 자금이 고갈되면서 권력투쟁을 재개되고 있다. 쿠르드족의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수니파와 터키인들의 분노를 초래해 미국과 터키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연방제 시도, 실패할 가능성 높아**

커즈먼은 인종적, 종교적 분파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연방제'를 도입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상호폭력사태를 막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라크의 어느 분파도 연방제가 실권을 제대로 분배해줄 수 있다고 믿지 않고 있다. 미.영군의 주둔이 연장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대다수 이라크 주민들이 친미파는 단순히 안정을 바라거나 자신들을 위해서 그럴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라크 재건 노력의 성과를 부진하게 만들고 불안한 상황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모든 문제들을 돈을 들이지 않고 처리하려 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라크의 석유 판매 수입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라크는 이미 6개월 분량의 석유수출 수입을 잃었고 수출생산능력의 절반을 상실한 상태다.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산업을 순차적으로 복구하려면서도 이라크의 기술과 힘을 빌리지 않고 있다. 일반 이라크 주민들은 자신들의 석유를 도둑맞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이라크의 전쟁 배상금과 부채를 탕감해줄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2천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는 이러한 부채는 이라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복병이다.

미국은 서구시장 방식의 해결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이라크 연방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결합제가 석유수출 수익이라는 현실을 망각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의 불신과 반복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

커즈먼은 이처럼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접근법이 실패하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이 제3의 걸프전으로 빨려들어갈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라크 주민들은 "미국이 결성해준 4만명의 이라크 군대는 상징적 수준일 뿐 이란과 터키에 무방비상태여서 미.영 주둔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관료들도 내심으론 민족적이고 반미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영향력과 신뢰성이 거의 없는 과거 이라크 야당 지도자들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점령국들을 추종하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이라크 재건이라는 당면과제는 점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커즈먼은 결론적으로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미.영과 다른 동맹국들이 이라크 재건 노력 과정에서 이런 함정들을 피하려는 노력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이라크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전쟁은 미국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고 결코 이길 수도 없는 일종의 '비대칭적'(asymmetric) 전쟁"이라면서 미국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코즈먼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최상의 군사적 승리가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우지 못했으며, 전쟁 승리에만 급급해 종전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신속하고 급격히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은 이라크 민중을 대상으로 제3의 걸프전을 벌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제3의 걸프전 양상을 "민중봉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게릴라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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