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핵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한 위도 주민들에게 현금 직접보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위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위도 주민들은 유치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부안 군민들은 현금보상을 약속했다가 사흘만에 이를 철회한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정부의 졸속대처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추진위, 30일 12시 공식 입장 표명**
29일 "현금보상 대신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국무회의 결정이 전해지자 위도 주민들은 "말도 안 된다"며 분개하고 있다.
주민들의 유치 동의를 이끌었던 40여명으로 구성된 핵폐기물처리장 위도유치 추진위원회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즉시 어민회관 2층에서 약 2시간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추진위는 회의 결과를 토대로 30일 오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30일 밝힐 추진위의 공식 입장을 통해 위도 주민들은 "선(先)보상 후(後)시공"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도 주민 서대석(52) 씨는 "28일 현금 직접보상에 부정적인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의 발언을 접한 뒤 대책위에서 현금 직접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유치신청을 철회할겠다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추진위가 유치신청 철회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위도 주민들, "허탈하다, 정부에 배신감 느껴"**
현금 직접보상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위도 주민들은 "허탈하다"는 심정을 보였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 역시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대석씨는 "'지금까지 정부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이 가장 크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같은 위도 주민들의 배신감에는 "언론으로부터 3~5억을 받고 고향을 팔았다고 매도당했다"는 억울함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위도 주민들이 거액의 현금 직접보상 기대를 갖게 된 것 자체가 한국수력원자력(주) 등에서 흘러나온 얘기 때문에 시작되었고, 지난 26일 방문한 윤 산자부 장관이 현금보상을 약속하면서 그런 기대에 확신을 줬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일부 주민들은 추진위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다.
한 주민은 "추진위와 부안군, 산자부 모두 한 통속"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핵폐기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30일 추진위의 공식 입장이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주민들이 추진위에 반발해 집단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하지만 주민들 중 일부는 "위도가 고향인 김종규 부안군수가 설마 고향에 못할 짓을 하겠냐"면서 "현금 보상이 어려워진 마당에, 실질적인 혜택과 지원 방안을 기다려보자"고 기대를 놓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위도 주민들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에 의해 현금 직접보상 얘기를 처음으로 흘린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동배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29일 현재 "위도 현지에 와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내가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안군 전체에 3천억원의 지원금이 돌아간다'고 얘기했을 뿐 현금 직접보상이란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30일부터 휴가라서 위도에 들른 것"뿐이며, "위도 주민들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철회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현재 정부산하 정책연구소의 연구원 신분이다.
***부안군수-산자부 초조**
김종규 부안군수는 평소와는 달리 29일 오후 착잡한 표정이었으나, 국무회의의 결정에 대해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안군과 산자부는 위도 주민들이 유치신청 철회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번 일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잔뜩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안군에 위치한 김 군수 아파트 앞에는 만약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수백명의 전경이 상주하며 철통같은 경계를 펴고 있다.
부안군과 산자부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을 조속히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우선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부안군민들과 위도 주민들을 회유하려고 하는 도로, 항만 건설 등 주민 숙원 사업이나 생업 자금, 주택 개량 등 보조금 지원 사업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책들이어서 싸늘해진 주민들의 반응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안, "윤진식 산자장관 사퇴해야"**
핵폐기물처리장을 반대해 온 부안군민들은 이번 현금 직접보상 배제 방침에 따라 위도 주민들도 반대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위도 주민들까지 반대 운동에 동참한다면,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철회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금 지원 불가' 방침에 대해서 "당연한 결과"라면서 "위도 주민과 군민을 우롱하고 정치적 쇼를 한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도 주민들이 사실상 현금 직접보상 얘기에 홀려 신청한 것이 드러났으니, 기만적인 유치신청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와 부안군민들은 오는 8월1일 군민 1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여는 등 반대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예정이다. 또 31일 오전 10시 격포항을 어선으로 둘러싸는 해상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대책위는 이에 앞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부안군 주민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위를 가졌다. 대책위는 이날 집회에서 현지 시위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주민들의 사진 20여장을 내걸었으며, 참가자 5명은 원전센터 부지 선정에 항의해 삭발을 했다.
대책위는 "핵폐기장 부지 선정과정에서 부안 군민의 의사는 철저히 소외됐고 노무현 정부는 보상을 빌미로 주민들을 설득하는 반민주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핵폐기물 처리장 백지화와 관련자 엄중문책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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