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세긴 센가 보다. 지난 14일 "상장사 45개사가 56차례에 걸쳐 편법적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며 금융당국의 조사를 촉구한지 열흘도 안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편법 의혹을 받았던 신주 인수권을 소각하거나 주가하락에 맞춰 행사가격이 낮춰지는 '리픽싱' 조항을 포기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지난 5월 정몽규 회장이 특혜성 해외BW 발행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확대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지분 20% 인수권 포기한 셈**
현대산업개발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99년 8월(86회차)에 발행된 BW 가운데 정몽규 회장이 받은 신주 인수권을 무상 소각하고, 지난 99년 5월(83회차) 인수한 정 회장의 BW에 대해서는 리픽싱 조항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9년 8월에 발행한 BW에 대해서는 3백74만1천2백67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 자체를 포기한 셈이며, 리픽싱 조항이 삭제되는 BW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5천원에서 1만2백93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의 22일 종가는 7천7백60원이었다는 점에서 당초 인수가능했던 2천24만7천주에서 9백83만5천3백24주로 대폭 줄어들게 된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측에 따르면, 시가보다 행사가격이 모두 높아 사실상 정 회장이 이번에 포기한 신주 인수권은 모두 1천4백15만주로 현대산업개발의 총 발행주식 7천5백30여만주의 18.8%에 해당한다.
이를 근거로 현대산업개발측은 "이번 조치는 해외BW 특혜 의혹을 불식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참여연대, "편법의혹 불식에는 미흡한 조치"**
하지만 참여연대는 현대산업개발측의 이번 조치를 본질을 회피한 일종의 '비난여론 피하기'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86회 BW의 경우 행사가격이 1만6천9백90만원이기 때문에 7천원대인 현재 주가로는 행사할 수 없는 것이어서 소각하겠다는 조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편법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리픽싱 조항에 따라 행사가격이 5천원으로 책정됐던 83회 BW를 소각하는 편이 옳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또한 정 회장이 해외발행키로 했던 BW를 납입 당일날 사들인 것은 정 회장의 지분취득을 염두에 둔 국내 발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BW 행사가격 조정 등을 통한 정회장의 재산 불리기 의혹은 해소됐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법동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시에서도 현대산업개발측이 이같은 고육지책을 쓴 것과 관련, 현대산업개발의 외국인 지분률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우호지분을 포함해 대주주 지분이 20%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한 경영권 방어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공격을 받아 두산 오너 일가가 BW를 전량소각한 데 이어 현대산업개발도 소각 조치를 취하자 재계에서는 지난 14일 특별 지적을 받았던 효성, 동양메이저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소각 대열에 합류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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