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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오존층이 뚫리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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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오존층이 뚫리든 말든..."

최대 오존층 파괴물질 "미국만 사용" 주장해 파문

지난해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기후변화협약을 거부했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에는 오존협약마저 무산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세계 환경·시민단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지구생명의 보호막에 구멍이 뚫리더라도 눈앞의 '미국 이익'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부시정권의 탐욕스런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빈 껍데기 위기에 몰린 오존협약**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일(현지시각) "이달초 몬트리올에서 열린 오존협약 관련 협상에서 미국이 현존하는 최대 오존층 파괴물질인 메틸브로마이드의 계속적인 사용을 요구했다"면서 "만일 이같은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지난 수십년간 가장 성공적 환경협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존협약은 빈 껍데기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틸브로마이드는 현재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오존층 파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현재 미국은 전세계 사용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 물질은 또 농부들의 전립선암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당초 이 물질은 지난 1997년의 합의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는 2005년까지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돼 있었으나 미국은 이번에 이같은 조항으로부터의 예외를 요청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메틸브로마이드가 딸기 재배나 골프장 잔디 관리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이번 요구에서 메틸브로마이드를 목재가공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같은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 화학물질의 사용량은 현재보다 3배나 늘어나게 된다.

***지구생명의 보호막, 오존**

성층권에 위치한 오존층(지상 10-20km)에는 오존의 90% 이상이 밀집되어 있다.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 생명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95~99% 흡수해 지구상의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한다. 특히 오존층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강한 자외선으로 피부암이나 백내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인간의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오존협약이 제대로 지켜질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만 연간 2백만명의 암 환자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오존층은 1970년대 이후 계속 엷어져 1980년대에는 핵심적인 환경 의제로 떠올랐다.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 헤어스프레이용 분무제로 쓰이는 프레온가스(CFCs)와 할론, 질소산화물 등이 오존층 파괴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여기에 더해 1980년대에 남극 상공에 오존층이 파괴돼 생긴 거대한 오존홀이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공개되면서 오존층 보호를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인식되었다.

오존층 보호를 위한 환경단체들의 활동과 속속 밝혀진 과학적 증거들에 힘입어 1987년 프레온가스와 할론을 금지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되었다. 몬트리올 의정서를 계기로 각국이 오존층 파괴물질을 줄여나가 2002년에는 남극의 오존홀의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에 이미 대량으로 발생한 오존층 파괴물질과 일부 개발도상국의 배출 때문에 2000년에는 그 규모가 남아메리카까지 미치기도 해 여전히 오존층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오존협약, 미국 이해 따라 갈짓자 행보**

인디펜던트는 지난 1980년대 이루어진 오존층 파괴물질 규제가 당시 아버지 부시가 부통령으로 있던 레이건 정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오존협약을 아들 부시가 거부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의 오존협약에 대한 태도에는 일관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1987년 당시 미국이 주도적으로 오존협약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프레온가스 등 기존에 널리 쓰이던 오존층 파괴물질을 대체할 물질을 미국의 기업들이 발 빠르게 개발한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대체물질을 미리 개발한 상태에서 개발도상국에서 널리 사용하는 프레온가스 등을 규제하는 협약을 채택한 것이다.

이것은 이번 부시 대통령이 오존협약을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가 메틸브로마이드를 포함한 살충제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메틸브로마이드 살충제의 전세계 소비량의 4분의 1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부시나 아들 부시나 자국 산업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국제적인 환경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오존협약 반대는 미친 짓"**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의 연장선상에서 각국은 계속해서 오존층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오존층 파괴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된 살충제를 대체물질 등을 활용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2005년까지 서구 국가들은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1997년에 결의되었다. 미국은 이때부터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시의 행보도 그 연장선상이란 것이다.

현재 미국은 오존협약에 예외 조항을 둘 것을 올 가을에 나이로비에 있을 국제회의에서 또다시 제기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오존협약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특히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개발도상국들이 파괴물질 방출을 중지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극의 오존홀을 발견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조 파먼 교수는 "부시의 이런 시도는 미친 짓"이라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이런 파괴물질이 아니라 오존층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부시 대통령과 미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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