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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힌츠페터·김사복, 5월 묘역 재회 끝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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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힌츠페터·김사복, 5월 묘역 재회 끝내 무산

1년 8개월여 시간 끌다가 결국 물거품…"이장비도 유족이 내라" 시민들 분노

영화 ‘택시운전사’는 2017년 8월 2일 개봉됐다.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송강호가 택시운전사인 김사복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1,21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 기사가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며 광주에 와 80년 5‧18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어쩌면, 이 두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광주의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불씨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영상 기록을 본 세계인들이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인식을 밑바탕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이 국제사회의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는 2017년 9월 6일 당시 윤장현 시장의 초청으로 광주에 왔다. ‘5‧18 특파원 리포트’를 사비를 들여 발간(1997,풀빛)해 아버지 김사복의 얘기를 세상에 알린 윤 시장에게 평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윤 시장의 초청에 응했다.

그러나 윤 시장과의 자연스런 접견을 예상하고 광주에 온 김씨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기자회견장이 마련돼 있었고, 엉겹결에 기자들을 마주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인물 고 김사복씨의 유해를 안치하려 했던 독일 사진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기념정원, 화장실과 정화조가 바로 곁에 있고 묘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적절한 안장터가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레시안(박호재)

이날 김 씨는 천주교 청량리 성당묘지에 안치된 아버님을 80년 5월 아버님과 생사를 함께 했던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5‧18 옛 묘역 묘지 곁에 나란히 모시고 싶다는 뜻을 처음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윤장현 시장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그로부터 1년 3개월 여가 지난 2018년 12월 24일에야 열린 안장심의위원회에서 이장이 승인됐다. 2019년 5월까지 이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도 공표됐다.

당시 언론들은 두 의인이 5‧18 이후 39년만에 재회하게 됐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힌츠페터씨가 죽기 전까지 김사복씨를 찾고 싶어 했다는 뒷얘기가 알려지며 두 사람의 공동안장 소식에 시민들은 감동했다.

그후 아버님의 이장 장소가 궁금해 5‧18 옛 묘역 힌츠페터 기념정원을 찾은 김승필씨는 깜짝 놀랐다. 공간이 너무 비좁은데다 바로 곁에 공중화장실과 정화조가 묻혀있어 냄새가 났고 날 파리들까지 들끓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은 길목이기도 했다.

김씨는 광주시에 “초라하고 비좁아도 좋으니 묘역 안쪽 다른 장소에 두분의 안장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광주시로부터 최근 지난 5월 13일 회의결과라는 제목의 최종 통보를 카톡으로 받았다. 힌츠페터씨와 함께 하고 싶다면 지금의 장소로 모셔야하고, 만일 묘역 안쪽으로 모시고 싶으면 힌츠페터씨 묘지와 따로 떨어져야한다“고 통보했다.

힌츠페터씨는 유골이 아닌 유품이 묻혀있기 때문에 묘역 안쪽으로 이장을 할 수 없다는 게 5‧18기념재단이나 광주시의 입장이었다.

김 씨는 “80년 5월의 동반자였던 힌츠페터씨와 죽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게 아버님의 유지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된 일인데 나란히 모실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광주시는 “화장실과 묘역 사이에 대나무를 심고 소공원 조성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김씨는 “소공원 조성한다고 냄새가 사라지고 날 파리가 끓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공원화는 오히려 그나마 협소한 공간을 더욱 비좁게 만들 뿐이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의 공동안장 논의가 1년 8개월 여의 시간을 끌다가 결국 무산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 씨는 또 “5월 초 5‧18 기념재단 사무실에서 이장 관련 회의를 하는데 재단 사무처장이 아버님 이장 비용은 유족이 부담해야한다고 말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 동석한 광주시 관계자도 “이장 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 씨는 “그 정도 비용 감당이 문제여서가 아니라, 광주시나 기념재단이 돌아가신 5‧18 의인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사회도 들끓고 있다.

광주전남민예총 임원 A 씨는 “근래 광주시가 5‧18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며 “고 안병하 치안감 유족을 5‧18기념식에 초대하지 않은 문제라든지, 김사복 씨 이장문제라든지 대하는 방식을 보고 있으면 언론에 회자된 의인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생각만하지 진심으로 예를 갖추려는 모습이 전혀 없다”고 분노했다.

광주시가 입만 열면 앞세우는 ‘민주·인권·평화도시 광주’의 이미지에 얼룩이 져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이 용섭 광주시장은 오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지방정부와 인권 협의회의’에 개회 연설자로 초청돼 광주시 인권정책을 유엔 회원국들에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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