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앱스토어에 대항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통신회사들이 뭉쳐 단일 앱스토어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들 통신회사가 30억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단일 플랫폼의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머릿수'가 앱스토어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KT는 현지시간 1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0 세계 모바일 대회(Mobile World Congress, MWC)에서 AT&T, NTT 도코모, 보다폰 등 전 세계 24개 통신회사가 참여하는 '도매 어플리케이션 커뮤니티(Wholesale App Community, WAC)'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WAC는 스마트폰용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들의 프로그램 규격을 단일화해 개방성과 투명성이 강조된 글로벌 앱스토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참여사들은 올해 상반기 안에 연합체 구성을 완료하고 내년 초에 글로벌 앱 스토어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통신회사들이 함께 뭉친 배경에는 애플 아이폰의 앱스토어가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현재 10만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30억 건 이상의 내려받기를 기록하면서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응용프로그램의 수익은 개발자와 애플이 7:3의 구조로 나눠갖게 되어있어 통신회사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향후 이동통신 시장의 주된 수익원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 창출하는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애플의 이같은 '독주'가 통신사들 눈에 달가울 리 없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아이폰 한 기종만을 통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은 단말기 제조사들에게도 위협적이다. 소니-에릭슨,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WAC 창설에 지지의 뜻을 밝힌 이유다.
KT "개발자, 외국 시장 손쉽게 진출할 수 있어" VS "또 하나의 부담 될 것"
WAC 창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힌 KT는 향후 국내 고객들이 다양하고 풍부한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개발자 역시 거대 외국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일 개발 환경 조성이라는 과제가 만만치 않은 작업 일뿐더러 애플의 앱스토어 성공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의 제이슨 킨케이드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WAC의 출현이 고객과 개발자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AC의 플랫폼이 업데이트 되면 개발자들도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그에 맞춰 일제히 바꾸어야 하고, 이에 적응하기까지 고객들도 그만큼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킨케이드는 새로운 웹문서 작성 언어인 HTML5가 널리 보급되면 특정 회사의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고도 멀티미디어 재생이 가능해져 WAC 역시 효과를 볼수 있겠지만 아직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앱스토어에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등록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공적인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며 개발자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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