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열린 국제해킹대회에 대한 정보통신부와 국내언론의 대응이 과도한 게 아니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통부는 6일 오후부터 시작된 국제해킹대회에 대비해 이틀전인 4일 긴급경보를 발령하고 비상경계체제에 돌입하고 국내 주요 ISP(인터넷서비스업체)들과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보안업계에 경계를 당부하는 등 신속한 대응태도를 보였다. 이는 지난 1월25일 인터넷 대란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 결과 많은 피해가 우려되었던 해킹대회에 따른 피해는 다행스럽게도 7일 오전 현재 17곳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17곳, 평소 해킹 당하는 수준**
하지만 이에 대해 보안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해킹대회 종료후 해커들이 해킹한 사이트 명단을 올려놓은 인터넷업체 ‘존-H’홈페이지(www.zone-h.org)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사이트 1백1개가 해킹당했고 이중 17개가 국내 사이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사이트 운영자들이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17곳이 해킹당한 것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라며 “전세계적 규모의 해킹대회에서 18시간 동안 1백1건 밖에 해킹이 안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번 해킹대회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국에서도 유력한 인터넷 보안업체인 인터넷시큐리티시스템스(ISS)가 2일(현지시간) “대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상적인 인터넷 이용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보안업계 관계자들이나 해커 공동체에서는 “ISS가 별 것 아닌 것에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해커들은 이번 대회를 장난으로 알고 있다”고 시큰둥하게 반응한 적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미국의 국토안보부에서도 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로 그쳤다는 것이다.
***정통부-언론의 전문성 부족**
보안업계 관계자들이 시큰둥한 시선을 던지는 또다른 이유는 이에 앞서 정통부가 3일 오후 ‘인터넷사이트 해킹 주의보’를 7일자로 발령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최근 해킹 및 중요 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안전한 웹사이트 운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웹사이트 해킹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7일을 기해 ‘웹사이트 해킹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3일 발표했었다. 그러나 주의보를 발령한 직후에 외신들이 해킹대회 소식을 전하자 주의보를 경보로 바꾼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1월의 인터넷 대란 때 정통부에 가해진 가장 큰 비판은 ‘초기 사태원인 파악에 실패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해킹대회에서도 경보를 발동하기에 앞서 대회 규모와 예상되는 피해 등을 면밀히 따져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통부의 과잉대응을 지적하기에 앞서 이를 그대로 지상중계한 언론의 따라가기식 보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통부가 ‘오버’를 할 경우 언론이 이를 교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나 언론의 전문성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에 프레시안 역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외신과 정통부 발표에 의존해 해커대회의 규모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서 보도하지 못한 점 독자들에게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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