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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또다른 위선, "아프리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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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또다른 위선, "아프리카를 위하여"

실상은 미국 농업자본 이해 대변, "보복관세도 못내겠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아프리카 기아' 해결을 명분으로 유럽연합(EU)의 유전자변형(GM)작물 수입규제를 또다시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내막은 미국의 수출농업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부시의 또다른 위선이다.

***"유럽 GM작물 규제가 아프리카 생명공학 투자 막아"**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전미 바이오 산업 협회가 주최한 바이오 산업 전시회에서, "기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위해서 유럽 각국정부가 생명공학에 대한 반대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다"면서 "전지구적인 기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명공학의 보급을 장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유럽 각국정부가 근거 없는 비과학적 염려에 근거해, 모든 새로운 생명공학에 의한 작물의 수입을 저지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유럽 시장에서 자국 작물이 배척되는 것을 두려워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생명공학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고 EU를 비판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주 EU의 GM작물 규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EU의 최종교섭이 결렬된 직후 나온 것이라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EU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어긋나게 GM작물을 규제하고 있다"며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GMO수출국들과 함께 EU를 WTO에 제소했다. WTO는 분쟁해결기구의 개입이 있기 전 양국의 합의를 위한 교섭을 최대한 유도하고 있으나, 지난 주말 미국과 EU간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결국 WTO 분쟁해결기구의 최종 판정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미국의 위선적 미국농업수출기업 지키기가 근원**

GM작물을 둘러싼 이런 미국과 유럽간 갈등의 근원은 부시대통령이 '아프리카 기아 해결' 운운하고 있으나 미국의 '자국 농업이익 극대화'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카길 등 미국의 세계적 다국적 농업수출기업의 이해를 부시정부가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세계 최대의 GM작물 생산국인 미국의 최근 EU에 대한 GM작물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카길 등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 각국이 옥수수나 콩 수입선을 미국에서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등으로 계속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GM작물의 판매량 감소로 연간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농민들이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같은 직접적인 GM작물 판매량 감소 외에 미국이 더 우려하고 있는 것은 EU의 정책이 제3국에 미칠 영향이다. 예를 들어 우간다는 EU시장에 대한 수출 중단을 우려해 병 저항성 GM 바나나의 재배를 거부했다. 잠비아도 GM 옥수수의 안정성 문제와 EU시장에 대한 접근 제한을 이유로 2002년 10월에 미국의 식량 원조를 거부했다.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 역시 영국에 대한 쌀 수출 감소를 우려해 GM 쌀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의 부시 발언은 이런 맥락 속에서 나온 비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EU에 대한 미국의 WTO 제소에는 어느 정도 정치적인 배경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 WTO 분쟁해결기구는 미국의 수출기업에 대한 조세환급 제도(수출기업조치, FSC)를 '불법적 수출보조'로 규정, EU로 하여금 미국에 대해 관세를 통한 4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판정 이후 1주일 만에 미국이 GM작물 제소건을 들고 나온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하이닉스에 대해서는 44%의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자국의 산업에 대해서는 보복관세를 부과해선 안된다고 저항하는 게 미국의 현주소인 것이다.

***새크라멘토에서 미국과 NGO 전면대결**

이런 상황에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개막한 세계농업장관회의에서 미국은 EU의 GM작물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라고 WTO에 거듭 요구할 것으로 보여 GM작물과 GM식품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특히 이번 회의가 열리는 새크라멘토에는 지난주부터 생명공학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 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GM작물 논쟁은 미국과 EU의 갈등을 넘어 생명공학 다국적기업과 비정부기구(NGO)들의 대립으로 심화될 전망이다. NGO들은 "몬산토나 코카콜라와 같은 유명 농업, 식품 관련 다국적 기업들이 후원하는 이번 회의가 농업 관련 기업과 생명공학 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발판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NGO들은 "제3세계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원조에 유럽보다 소극적이었던 미국이 그것을 빌미로 생명공학 다국적 기업을 옹호하는 것은 난센스"라면서, "생명공학이 복잡한 제3세계의 식량 사정을 해결할 수단은 못 된다"고 주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EU의 GM작물 규제에 대한 미국의 WTO 제소가 분쟁해결기구로 넘어감에 따라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얘기한다. 이번 EU와 미국 사이의 분쟁 결과에 따라 세계 각국의 GMO 정책이 크게 요동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의 선택, 예의주시할 일"**

미국의 영향권에 강하게 예속되어 있는 우리나라 정책 당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이오 안정성에 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를 비준하지 못하고 있어, 2001년 제정해 놓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번 결정에 따라 그나마 운용하고 있는 GM작물이나 GM식품에 대한 표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문가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EU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행하는 엄포는 국내 정책당국자들에게도 무시 못 할 압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의 선택을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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