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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의 '국가 비전'은 아무래도 연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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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의 '국가 비전'은 아무래도 연극적이다

[서리풀 논평] '미래'와 '장기'를 생각하지 않는 사회의 고달픔

바이오헬스의 '국가 비전'은 아무래도 연극적이다. 지난주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관련 기사 : 문 대통령 "바이오헬스, 5대 수출 주력산업 육성")

"문 대통령은 "전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관심은 '오래 사는 것'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달라지고 있다""바이오헬스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 세계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 800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고, 매해 5% 이상 성장률 속에서 3만 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희극적인 인보사 사건을 떠올린다. 사실 인보사 스캔들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못한 셈인데, 설마 한국의 바이오헬스를 이와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막도 바꾸지 않고 세계시장이니 국제 경쟁력을 말하는 것은 차라리 비극이다.

바이오헬스를 비전으로 제시하는 국가권력, 세계시장과 수출을 말하는 정부의 실력과 윤리가 이 지경이다.(☞ 관련 기사 : '인보사' 발암원성 세포, 식약처 허가 전 알고도 숨겼다면...)

"인보사 사태에서 식약처의 부실한 허가심사 과정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미국 FDA가 임상시험 과정에서 밝혀내 것으로, 이를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진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국내 식약처는 인보사 시판 허가 과정에서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고, 오히려 업체 편에서 '국내 첫 유전자치료자' 허가라는 성과 창출의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리와 실력도 그렇지만, 우리는 산업과 돈벌이, 일자리의 허무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말했다.(☞ 관련 기사 : 바이오 산업 경제 효과, 근거 없다) 성장과 일자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채 폭력적인 금융 자본주의의 흐름에 편승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 영미식 자본주의의 전유물인 경제적 가상에 의존한 성장동력은 비극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똑똑한 비서들과 관료들이 모여 궁리를 했을 터이니, 다들 이 연극의 불안한 결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집요하게 내세우고 선전할까? 그냥 홍보나 선전이라기보다 차라리 강요에 가깝다.

바이오헬스 행사 자리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시밀러 회사 대표를 동반한 것은 또 하나의 연극적 요소가 아닌가. 이 행사는 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회사가 연예기획사를 운영한다는 것, 그리고 그 제약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18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덤이다.(☞ 관련 기사 : 셀트리온제약, 1분기 영업이익 18억원…28.6% 증가)

우리는 연극적인(또는 그것뿐인) 한국 정치에서 그 답을 찾는다. 지금 이 정부와 정권은 '실적'을 내야 하고 당장 좋은 숫자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을 못 한다는데 마음이 편할 정권은 없으니, 왜 바쁘지 않겠는가. 여론에 선거 대비에, 그리고 정권 재창출까지 신경을 써야 하면 마냥 가만히 있기 힘들 것이다.

행정부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뭐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터. 세계 경제가 그렇다고, 우리 경제에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인구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다고, 행정부와 관료는 '할 것이 없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 결과가 단기, 단타, 단답형 정책이다. 고질적인 문제와 오랜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하루살이 해결책이 난무한다. 구조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 뻔한데도 한시, 임시, 보조금, 추경예산, 부양책만 가지고 돌려막는다.

하기야 정권과 정부만 책임을 뒤집어쓸 일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를 가릴 것 없이, 때로는 근본 구조를 바꾸어야 하는 문제에서도 수구로 연명하는 세력이 강고하다. 이들 또한 하루살이 정치를 요구하고 부추긴다.

가장 큰 걱정은 현재를 붙들고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위험과 곧 다가올 새로운 환경에 끝없이 한가하다는 것이다.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느라 에너지를 전환하느라 바쁘다는 것은 단지 한 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관련 기사 : [선데이 칼럼]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바뀌는데 우리는…)

"태우는 발전을 그만하자는 게 세계 에너지 전략인데, 국내 최대 야당 대표가 아직도 태우는 에너지원밖에 모르다니. 지금 전 세계 공통의 골칫거리는 기후 문제이고, 이는 곧 에너지원의 문제다. 아무리 정쟁으로 지고 새는 게 일이라지만, 에너지 문제만큼은 세계의 패러다임에 제대로 올라타야 한다. 제발 시기를 놓치지 말자."

'저출산과 고령화'로 표현되는 인구구조 변화에는 변변한 장기 비전조차 내놓지 못한다.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 수출, 일자리를 챙기느라 10년, 20년, 30년, 한국 사회를 결정할 '대계'에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소득 불평등? 노인 빈곤? 어쩔 셈인지 모르겠다.

가시적 성과 위주? 하노라고 한다고? 더 할 일이 없다고? 정치의 역할은 대안과 정책을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것, 안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은 어디로 갔는가? 이젠 한때 그렇게 흔하던 그 '로드맵'이 아쉽다.

누가 반대하고 의석이 모자라고, 여론이 어떻다느니 언론 환경이 어떻다는 핑계는 구차하다. 모두가 오늘과 바로 내일을 말하는 현실에서 다음 정권과 세대까지 말하고, 더구나 설득할 수 있는 정치. 우리는 좋은 정치의 소명이 이런 것이라 믿는다.

현실 정치 이상이라야 현실도 풀어갈 수 있다. 사람들과 정치 전문가는 흔히 '협치'를 말하지만, 그냥 어정쩡한 타협을 뜻하는 것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효과란 그저 정파적 이해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협치라고 할 양이면 '시민'과의 협치에 나서라.

일부의 시대착오적인 지향, 물신화된 통계와 수치, 언론의 선정적 보도야말로 또 다른 구조적 문제다. 정책과 그 실적으로 그 구조를 혁파할 수 있다고 믿는가? 개혁 없이는 지금 차례를 기다리는 수많은 적폐가 다른 모양으로 발을 걸고넘어질 것이다.

진심으로 바란다. 조직화가 안 된 시민들을 믿고 설득하며 오래 묵은 구조에 도전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의 미래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의 꿈을 공유해야, 그리하여 그 마음을 얻어야 힘이 생긴다.

참고. 앞으로 10년을 잘해나가면 치매 돌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바이오헬스 '입국'의 꿈의 비교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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