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자(현지시간) 미국 보수지 워싱턴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있는 적에 대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독트린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인터뷰는 노대통령 방미전인 지난 9일 서울에서 행해진 것이다.
노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 독트린이 대두한 환경과 분위기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한반도 환경은 이 독트린을 적용하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점을 부시대통령과 협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은 또 한국민들 사이에 부시 대통령의 평화해결 원칙이 변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정상회담에서 이 원칙을 명확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북한과의 무력충돌은 한국에게는 참화"라고 덧붙여 대북 무력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한편 노대통령은 방미 이틀째인 13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12일 오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각각 만나 북핵 해법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뉴욕의 유엔본부를 방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며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한반도 비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이런 의미에서 베이징(北京) 3자회담은 좋은 시작이고,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루이 스트롱 특사를 북한에 보내는 등 유엔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장기적인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지속해 나가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인도적 대북지원 문제는 당연히 한국도 동참할 것이지만 (유엔의 대북) 장기개발계획에 대해선 현재 북미간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미국과도 사전조율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면담하고 키신저 전 장관이 "한미 관계는 아주 중요하고 양국관계 강화에 이번 방미가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 "한미관계는 아주 중요한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고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이 밝혔다.
특히 키신저 전 장관이 "북한의 기본전략은 한미를 이간시키려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그런 의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는 "핵문제 해결에선 여러가지 인내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재처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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