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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단체 '5.18 재뿌리기' 집회…광주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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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단체 '5.18 재뿌리기' 집회…광주 '폭풍전야'

지역언론·시민사회 "80년 그날처럼 절제된 시민의식" 당부

5.18 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여야 할 광주가 극우단체 집회로 긴장감에 휩싸였다. 갖은 논란 속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까지 예정돼 있어 광주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자유연대·턴라이트 등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은 17일 광주 전남대 후문 인근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후 전남대 인근에서 시가 행진을 벌이기도 했고, 경찰은 시민들과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

▲자유연대 등 극우·보수단체들이 17일 광주 전남대 후문 인근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이날 이들의 집회·행진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언성을 높이고 삿대질을 하는 등 거센 항의를 보냈다.

▲17일 전남대 인근에서 자유연대 등이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시위를 열자 한 시민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연대 등은 18일 오후 2시 광주시내 금남로와 5.18 민주묘지 앞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금남로 집회는 이후 광주천 일대 행진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금남로는 5.18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된 곳이고, 광주천은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이뤄졌던 곳이다. 경찰은 시민 반발을 예상해 집회 날짜와 장소를 변경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폄훼할 의도는 없다. 다만 유공자 명단과 공적조서 공개를 요구할 뿐"이라고 했지만,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는 5.18 유공자들에 대한 불신에 주로 기반을 두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5.18 유공자 명단이 제대로 선정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발언은 또 하나의 교묘한 5.18 폄훼 망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공청회에서도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이종명),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등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었다. 이는 5.18에 의문을 제기해온 극우단체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특히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같은달 25일 "기본적으로 유공자들이 제대로 선정됐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의 일)로 되돌릴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최근에 (유공자로) 들어온 분들까지라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유공자 명단) 안에 5.18에 기여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고, '과연 유공자 중에 잘못된 선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는 전날인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땅히 제1야당 대표로서 가는 게 도리"라며 5.18 기념식 참석 의사를 드러냈다. '잘못된 유공자 선정' 발언까지 했던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과 극우단체 집회가 광주 민심을 강하게 자극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막으려는 시민단체 등의 실력 행사가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5.18 기념재단과 5.18 유족회 등은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39주년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5.18 정신을 우롱한 행위를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규명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광주 시민사회는 극우단체 집회에도 강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17일 자유연대 등의 집회에 앞서 전남대 교수회·학생단체·총동창회 등은 "5.18 기간에 전남대 일대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제삿상을 걷어차겠다는 패륜"이라며 "황교안 대표의 광주 방문도 보수성향 단체의 집회 개최와 마찬가지로 5.18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5.18 역사왜곡 처벌 광주운동본부'의 원순석 대표는 "광주시민에게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날인 5.18에 그런 집회를 한다는 것은 망언보다 더 5.18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물리적 충돌이 있더라도 이날만큼은 절대 금남로를 내줄 수 없다. 5월 단체가 나서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시민단체의 분노는, 극우단체의 '맞불 집회'가 5.18 추모 분위기애 재를 뿌리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광주 각지에서는 5.18을 추모하는 행사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5.18 민주묘지에서는 이날 오전 추모제가 열렸고, 오후에는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5월단체가 공동으로 '5.18 왜곡, 4.16 망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남로 일대에서는 낮 2시부터 전시부스 등이 열리는 '시민 난장' 행사가 예정돼 있고, 저녁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5.18 전야제가 열린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이 극우·보수세력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18 기념재단 등 5월단체는 '충돌이 없도록 차분히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고, 지역 언론도 차분한 대응을 촉구하는 사설을 잇달아 실었다.

<광주일보>는 16일자 '5.18 39주년, 극우단체 도발에 휘말리면 안 된다' 제하 사설에서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극우 집회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그들의 간교한 목적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이성적 판단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남일보>, <전남매일> 역시 15일자에 각각 '한국당·극우단체 자극에 의연히 대처하자', '극우세력 광주집회 현명하게 대처하자'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전날 "기념일 당일 극우성향 단체들이 금남로와 5.18 민주묘지 앞에서 집회를 준비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민들께서는 단 한 차례의 약탈이나 절도도 없었던 1980년 5월 항쟁의 그때처럼, 흔들리지 말고 절제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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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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