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직임에도 불구하고 퇴진압력을 받아온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마침내 13일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공보관은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이근영 위원장은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처신한다고 말했는데 금감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해서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보관은 “후임 위원장은 내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심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태 책임지고 끝내 사퇴**
그는 청와대에서 언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별도의 언질없이 위원장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이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설명했지만, 금감위 안팎에서는 특검제 통과가 임박한 데다가 검찰의 SK수사과정에 개입논란을 일으킨 점 등이 사퇴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근영 위원장은 지난해 말 국정감사 때부터 대북송금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산업은행 총재로서 현대상선에게 불법적으로 4천여억원을 대출해 준 사건으로 의혹을 받아왔으며, 검찰의 SK그룹수사에 대해 발표시기를 늦춰달라고 김진표 부총리와 함께 검찰총장을 만난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민단체들로부터 "금감위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SK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이를 사전에 수습하려 했으나 검찰의 원리원칙 수사방침에 따라 실패,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데 따른 유탄을 맞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도 지난 3일 금감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의 사퇴를 공개촉구했었으며, 이에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으나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거부해 왔었다.
***후임자 장하성, 이윤재, 이정재, 유지창, 류시열 등 거명**
후임 금감위장으로서는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청와대 내부 개혁파들이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는 장하성 고대 교수가 단연 주목된다. SK 분식사태로 국내기업들에 대한 국제금융계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국제금융계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는 장교수가 적임자라는 이유에서 그를 추천하는 이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노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동걸 전 인수위원이 장교수를 적극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최근 금감위.공정위원장의 자진사퇴를 공개요구하는 자리에서 인선원칙에 대해 "충성심보다는 개혁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와 관계쪽에서는 작금의 경제불안을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관료출신 인사를 바라고 있어 최종 인선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이윤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이정재 법무법인 율촌 상근고문,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윤재 고문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실 재경비서관을 지내던 중 갑갑한 관료생활이 싫어 사표를 냈던 합리적 성향의 인물로,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이 고문은 지난해 경제부총리 인선때도 강봉균 의원의 추천으로 막판에 후보대열에 끼기도 했었다. 이정재 고문은 재경부 차관을 지냈으며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동생으로, 금감원 내에서 지지기반이 가장 많다.
금융계 출신으로는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의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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