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5일 오후 6시 45분께부터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수차례 국회 의사과와 정개특위, 사개특위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각 회의실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출입문을 봉쇄한 한국당 의원·보좌진에 막혀 좌절됐다. 법안제출 자체가 가로막히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헌정 사상 6번째로 경호권까지 발동했으나 출동한 국회 경위들과 방호원들도 한국당의 육탄 봉쇄를 뚫기에는 인력이 모자랐다.
여야 4당은 앞서 사개특위 소관 법안을 팩스로 제출하려 시도했고, 공수처 설치법은 접수가 된 것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표시됐으나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다른 법안은 접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사개특위 위원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안과) 팩스가 연결이 안 되고 선이 분리된 것 같다. 모든 컴퓨터 단말기 앞에도 (한국당 측) 사람들이 앉아 있다"며 "그래서 팩스나 이메일을 통한 접수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이 안 돼서 인편 전달을 시도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시 45분 경부터 시작된 몸싸움은 자정을 넘겨서도 지속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헌법 수호,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극렬하게 막아섰고, 몸싸움에 밀려 민주당 소속 특위 위원들이 돌아서면 "이겼다"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극한 대치 속에 고성과 몸싸움이 일었고 그때마다 국회 본청 2층, 4층, 7층 등에 위치한 회의장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를 탄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박범계·표창원 의원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한국당 권성동·박대출 의원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이 보좌진과 함께 이들을 가로막기도 했다. 이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수에서 밀려 다시 물러났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특위 의원들은 수차례 대책을 논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의 육탄 저지를 돌파할 수단을 찾지는 못했다.
몸싸움 방지를 위해 마련된 국회선진화법이 한국당의 실력 행사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국회의 대치는 26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법 148조는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입하기 위해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되고, 방해할 경우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징계를 받도록 규정해놓았다.
국회법 제166조에도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 손괴의 폭력 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민주당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한국당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로텐더홀에서 "국회선진화법은 한국당이 여당일 때 만든 법인데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며 "회의장 진입을 막는 것은 불법이고 비겁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고한다. 선진화법을 어기면 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한국당은 (채이배) 의원을 6시간 동안 감금하고 의안 제출을 저지하고 팩스도 막았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모니터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진화법에 의하면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자행하고 있는 폭력 사태는 징역 5년부터 벌금 1천만 원까지 해당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소속 위원 사보임 논란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민주당의 규탄대회 직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으로 보임된 의원들을 데리고 회의를 한다면 그 회의는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며 "뷸법 회의를 막을 책무가 있다. 민주당이 선진화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정개특위, 사개특위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몸싸움을 불사하는 한국당의 저지가 완강해 밤샘 대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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