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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혁이 시작됐다"

<데스크 칼럼> '3.9 공개토론' 결단을 환영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 50명이 9일 공개토론을 갖기로 했다.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다.

환영의 이유는 단 한가지다. 비로소 검찰개혁, 더 나아가 한국개혁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시작**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공개토론은 국내 사상초유의 일인 동시에,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대 사건'이다.

말이 좋아서 토론이지, 실상은 전쟁이다.

검사들이 비록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긴 하나 엄연히 현행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에 집단반발했고, 노 대통령 또한 토론 제안이유를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정면도전" 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레임 덕(권력누수)에 걸린 정권 말기라면 몰라도 정권 출범 초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노 대통령으로서 묵과할 수 없는 '비상사태'임에 분명하다. 여기서 밀리면 곧바로 레임덕에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면돌파의 결단을 내리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9일 공개토론은 역대 어느 대통령과의 만남보다도 '전투적'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몰아닥칠 후폭풍도 엄청날 것임에 틀림없다. 전쟁의 시작이다.

***절대기득권의 포기**

이같이 삼엄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후대 사가들은 이번 '3.9 공개토론'을 한국 권력질서의 재편에 불을 붙인 일대 사건으로 기록할 게 분명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토론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도, 검찰도 더이상 '권-검(權檢) 유착'을 할 수 없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8일 검사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야당이 검찰인사를 검찰 장악기도로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원으로부터 단 한건의 국내정치 관련 정보도 보고받지 않았고 검찰에 단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확실한 독립을 항구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검찰 체질개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은 통치권자 입장에서 보면 '절대기득권의 포기'를 의미한다. 검찰과 국정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선언은 검찰의 자기숙정을 주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사권이나 예산권 독립을 요구하기에 앞서 젊은 평검사들이 중심이 돼 정치검사로 불리는 '검찰내 암세포'를 도려내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인 내가 이 정도 기득권을 포기하면, 당신들도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문인 셈이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더없이 무섭고, 무서운 통치권자의 주문일 수밖에 없다.

***정치검사를 스스로 숙정하라**

검찰은 지금 엄정한 자기 숙정을 필요로 한다.

밖으로는 검찰의 독립성을 외치면서, 물밑에서는 법망에 걸려든 선배 검사들의 구명운동을 폈던 최근 검찰의 이중성이 그런 대표적 증거다.

서열파괴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시작된 지난 6일의 일이다. 보는이들로 하여금 검찰의 이중성을 절감케 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각영 검찰총장이 일부 검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용호 게이트' 관련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김대웅 고검장과 신승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취소를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아직 첫 공판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수 대검 공보관은 "현직 검사가 징계위에 회부되면 사표 수리가 어렵다"며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김대웅 고검장이 자진 사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건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의 궁색한 변명이었다.

이 해프닝을 지켜본 여론은 개탄했다. 검찰이 겉으로는 서열파괴에 맞서 중립성을 외치고 있는 행동하면서도, 물밑에서는 강금실 장관을 상대로 검찰 기득권의 유지를 위한 추악한 밀거래를 하려 했다는 명명백백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밀거래를 주도한 세력이 검찰 전체는 분명 아니다. 이른바 정치검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8일 성명을 발표한 전국의 평검사들은 검찰내 정치검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스스로 '공범화'의 길을 택했다. 더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3.9 토론에서 평검사들은 검찰내 암세포인 기존의 정치검사들을 어떻게 축출할 것인가에 대해 밝혀 스스로 자정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노 대통령에게 검찰독립을 요구하고, 이를 확보해내야 한다. 또한 다시는 검찰내에 정치검사가 생기지 않도록 엄중감시해야 한다.

이제 검찰 본연의 길로 당당히 걸어가라. 어떤 외압이나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라. 한국개혁의 주체가 되라. 그러면 국민은 모두 일어야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다.

3.9 토론에서의 검찰의 멋진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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