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19일 오전 8시반 현재 사망 53명, 실종 1백62명, 부상 1백4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그러나 현재 화재 전동차 내에 있는 70여구의 시신을 수습하면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최소한 1백30명 선으로 급증할듯**
실종신고된 사람들은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소방본부는 추정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본부는 18일 오후 9시 화재가 난 반대편 전동차(안심발-대곡행)의 경우 2호차에 4명, 3호차 1명, 4호차 7명, 5호차 30명, 6호차 30명 등 총 72구의 사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날 사고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물류분석팀과 법의학팀 등 21명의 조사요원이 저녁 8시쯤 현장에 도착했으며 사고원인 분석 및 시신수습에 들어갔다. 이들은 차량안 시신들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손상돼 있어 법의학을 동원하더라도 신원 확인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또 밤새 방화 용의자 김모(56.무직)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궁했으나 김씨는 유독가스를 마셔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씨의 호흡기관을 세척한 후 범행 동기와 과정 등을 재조사할 방침이다.
***정부의 관료주의적 대응에 유가족 분통**
대구시민회관에 18일 밤 마련된 유족대기실에서 밤을 샌 실종자 가족 3백여명은 관계당국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윤석기(38)씨를 대표로 선출하고 조속한 실종자 수색과 미확인 시체 수습을 촉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타 다른 대형참사에서 예외없이 드러났듯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유족대기실에 TV 한대가 없을 정도로 무성의한 정부 대응에 분개했다. 또 시체 2구를 개인병원에서 가족들이 찾아내는 등 대구시와 지하철공사가 사망자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비난했다.
아울러 가족들이 실종자수를 파악한 결과 1백70명에서 2백명사이로 보이는데 당국은 미확인 시체가 70여구밖에 없다고 하다가 실종자수도 3백여명에 이른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형식적 안전시설, 절반은 '인재'**
이번 대구 참사는 비록 한 장애자의 돌출행위로 초래된 것이나, 사망자가 1백명을 넘을 정도로 많이 나온 데에는 정부의 무사안일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 불은 인화성이 강한 좌석시트로 옮겨 붙으면서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천정.손잡이 등 플라스틱 재질은 강한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인명피해가 늘어났다.차체와 좌석 등 내부설비는 불연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동차 내에는 각종 광고물과 플라스틱 소재 등이 많아 다량의 유독가스를 내 뿜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격자들은 불이 불과 20여초만에 객차 내부로 완전히 번졌다고 증언했다.
건교부령 도시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운전실과 객실에 각각 1개 이상의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대구지하철에도 객실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기는 했다. 하지만 화재와 동시에 전원이 나가면서 소화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정전에 대비해 소화기에 인광물질 등을 칠해 놓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상황이다.
또한 차량 출입문은 화재발생 등 비상시 대피가 가능하도록 수동으로 열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 목격자들은 사고당시 전동차 문을 제대로 열 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 이 문제가 많은 사상자를 낸 이유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 불이 나고도 화재에 관한 안내방송이 이뤄지지 않아 정작 불이 난 객차에서는 피해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반면, 방화사실을 모르고 있던 뒤쪽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대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동 제어시스템도 피해를 크게 늘린 결정적 작용을 했다. 맞은편 승강장에 사고 직후 대곡행 전동차가 멈춰 서면서 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까지 피해를 입어 피해가 커졌다. 화재 직후 전동차 제어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을 중단하면서 이 객차가 멎어버린 것. 목격자들은 시스템 중단이 없었으면 이 객차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하철 환기구 구멍이 너무 작아 대량의 유독 연기를 외부로 유출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날 소방대는 연기를 빼내기 위해 별도의 배연차를 동원해야 했다. 현행 소방법과 소방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역사내에 수동식 소화기와 옥내 소화전, 스프링클러, 송풍기, 공조기 등 제연설비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의 경우도 이같은 시설들이 대부분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하철의 경우 지하 30m 이상의 지하 깊은 곳에 밀폐돼 있어 유독가스가 외부로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역사내에 유독가스가 가득찼을 경우 2개의 배기장치가 이를 배출하는데는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다. 유독가스를 몇번만 들이켜도 곧바로 호흡이 곤란한 점을 고려하면 화재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이다.
또한 긴급대피 체계도 작동되지 않았다. 이날 대구지하철 참사의 경우 사고직후 정전으로 사고역 구내가 암흑지대로 바뀌면서 승객들이 출입구를 찾느라 우왕좌왕하면서 피해가 컸다. 출입구는 평소 상황이라면 전동차에서 내려 걸어서 2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독일의 제1 공영 ARD방송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정신질환자의 방화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피해규모가 이토록 커진 데에는 지하철 운영당국에도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방범죄 벌써부터 출현**
대형참사 뒤에 우려되는 것중 하나가 모방범죄다.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가 일어난 18일 밤 수백명의 손님이 있는 나이트클럽의 계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던 30대 남자가 붙잡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는 종업원들이 자신을 쫓아낸 데 불만을 품고 나이트클럽 계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예비)로 곽모(38.노동.수원시 팔달구 남창동)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곽씨는 18일 오후 11시 44분께 수원시 팔달구 영동 지동종합시장상가건물 3층 H나이트클럽 입구에서 건물 1층에 이르는 계단에 휘발유를 뿌린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지르려다 나이트클럽 종업원에게 저지돼 미수에 그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곽씨는 이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 종업원들이 밖으로 쫓아낸 것에 불만을 품고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18ℓ) 1통을 사다가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곽씨는 경찰에서 대구지하철 방화를 보고 따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당시 나이트클럽 안에는 손님과 종업원 등 3백여명이 있었으며 주거지로 이용되고 있는 이 건물 4층에는 30여가구 60여명이 잠을 자고 있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한마디로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는 평소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장애자의 돌출 행위와, 정부의 무사안일이 엉키면서 무고한 숱한 인명이 희생된 전형적 '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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