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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웅 사건, 대북접촉 차단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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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웅 사건, 대북접촉 차단용 카드?

<속보> 보석신청 기각, '제2의 리웬호' 사건인가

지난 4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 재미교포 예정웅(미국명 존 예·59)씨의 보석 신청이 7일(현지시간) 법원으로부터 기각되면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간첩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석신청 기각, 부인도 소환 예정**

댄 굿맨, 스티븐 크래머 검사 등 미국의 중견검사가 나서 더욱 주목을 받은 이날 보석 심리에서 검사측은 예씨가 외국정부 에이전트 등록법(FARA) 위반, 연방세관에 대한 허위진술 및 공모 3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적시하며 "예씨가 스파이행위와 함께 또 다른 에이전트를 포섭해 1급 비밀에 접근시키려 했고 베이징과 평양 등을 방문해 북한 정보원과 접촉했다는 전력을 볼 때 보석허용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FBI 주장에 따르면, 예씨는 지난 97년부터 3년 동안 북한 에이전트로 활동했고 평양의 공작금을 받아 미국내에서 비밀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해외에서 북한요원들과 접선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암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굿맨 검사는 예씨에 대한 소장을 제출한 제임스 장 FBI 수사관을 증인으로 내세워 ▲예씨가 북한 관계자로 부터 2만달러 이상을 공작자금(operation expense)으로 받았으며 ▲지금까지 5~6 차례 북한을 다녀왔다는 내용을 체포 당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석 심리를 맡은 빅터 B. 켄턴 판사는 "예씨가 주변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변호인단의 논거보다 검사측 주장을 받아들여 보석을 기각했다.

예씨의 변호사 윌리엄 J. 지네고 변호사는 이와 관련, 7일(현지시간)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씨의 혐의 중 가장 큰 것은 간첩혐의가 아니라 외국 에이전트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 데도 보석허가가 나오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연방 검찰 톰 로젝 대변인에 따르면, 연방 법원에서는 검사가 아닌 대배심(Grand Jury)의 기소 여부에 따라 예씨의 재판이 확정된다. 예씨의 예심(Preliminary Hearing)이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늦어도 24일까지는 대배심이 예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확정할 것이며, 만일 예씨가 24일까지 대배심에 기소될 경우 예씨는 내달 3일로 예정된 기소 후 인정신문(Post-indictment Arraignment)에 나와 자신의 혐의에 있어 유.무죄를 주장하게 된다.

한편 예씨와 함께 연방세관에 대한 허위진술 및 공모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영자(51.미국명 수잔)씨도 다음 주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예씨에 대한 기소 여부와 추가 혐의 적용, 그리고 재판 진행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의 리웬호' 사건**

그러나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전형적인 간첩조작사건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은 여러 가지다.

우선 FBI가 예정웅씨를 체포하기 전 미국 주류언론에게 사건 배경에 대해 자세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체포 과정에서부터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씨의 체포상황부터 미 언론들이 대거 취재에 나섰다.

지네고 변호사도 예씨의 체포에 있어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예씨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있다. FBI가 7년동안 수사를 진행해 오다가 하필이면 왜 지금 그를 체포했는지가 바로 그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미국에서 외국인 간첩사건은 주로 외교적 긴장관계가 생길 때마다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북미갈등과 깊은 관계가 있는 정치적 사건이며 이는 지난 99년말 중국인 리웬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웬호는 인종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던 지난 99년 12월 뉴멕시코주 국립 로스 앨러모스 원자력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중 핵무기 관련 기술 유출 혐의로 직장에서 해고된 뒤 체포됐다. 리웬호는 59가지의 혐의를 받고 독방에 9개월이나 억류됐다가 결국 재판에서 핵관련 정보를 개인컴퓨터에 내려 받았다는 한가지 혐의만 인정돼 풀려났다.

리웬호는 재판 후 펴낸 책에서 "미국은 인종문제로 나를 스파이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사건이었음에도 당시 뉴욕타임스는 "좀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FBI의 보도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의 허술한 정보관리를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제기하면서 이 사건을 더욱 증폭시킨 적이 있어 한인사회는 예씨 사건이 리웬호 사건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미교포의 대북 민간교류 제동걸릴듯**

외교갈등으로 간첩사건이 발표되면 외교관들의 대규모 추방이 따르거나 민간교류 등에 제재가 따른 전례에 비추어 한인사회에서는 예씨 사건으로 대북 민간교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 시민권자의 경우 자유롭게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고 통신 제한도 받지 않았다. 아울러 교포사회에서 모은 식량, 의료품 등을 북한에 보내왔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뚜렷한 이유없이 자금을 제공받거나 정보를 수집, 북한측에 넘길 경우 사법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적성국가 교역금지법 등에 따라 대북 송금,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을 북한에 수출했을 경우 처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씨는 80년대초 반독재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이후 민족통일운동에 관여하기는 했으나 지난 10여년간 미주 민족통일운동권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음에도 지난 7년간 FBI가 지속적으로 예씨를 감시해 왔다는 점에서 굳이 이번에 사건화시킨 것은 대북접촉에 제동을 걸려는 미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교포사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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