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재대결을 펼칠 것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고어는 이날 저녁 CBS 시사프로그램 '식스티 미니츠'에 출연해 "200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개인적으로는 재도전을 위한 에너지와 추진력, 야망을 갖고 있지만 내가 갈 길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현정부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차기 대선에서 후보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어, "부시 재선 막기 위해 불출마하겠다"**
미국 언론들은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어가 상당한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어가 크리스마스 이후 최종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해왔다는 점에서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을 놓고 해석에 분분하고 있다.
고어가 차기 대선의 강력한 민주당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이 알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현재 6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2004년 대선 재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고어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고어가 경제호황과 8년간의 민주당 집권이라는 좋은 조건 속에서 패배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을 가해왔다.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테네시주에서조차 패배했다.
대선 패배의 충격 이후 거의 1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고어가 정치활동을 재개하자마자 9.11테러 사태가 터진 것도 고어의 입지를 위축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로이터 통신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고어가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퇴해 새롭고 보다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기대해 왔다"고 전했다.
올해 54세인 고어는 미국에서 몇 안되는 '정치명문가' 출신으로 아버지가 32년간 테네시 의원을 지낸 앨버트 고어(98년 90세로 사망)의 아들이며 젊은 시절 대부분을 워싱턴의 고급호텔에서 보낼 만큼 귀족적 삶을 살아왔다.
이 때문에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고어는 따분하고, 딱딱하고, 대중과의 교감능력이 떨어지는 인물로 인식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섹스 스캔들과 소송사태에 휩싸였던 클린턴의 백악관과 연결된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꼈다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고어의 약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고어는 장점으로 꼽혔던 청렴한 이미지마저 훼손됐다. 부통령 시절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모금했다는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것이다.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고어가 입은 타격은 적지 않았다.
***조셉 리버만 등 새 주자로 주목돼**
이와 같은 상황변화로 고어는 최근까지 차기대선을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면서 대권도전에 미련을 보여왔지만 최종선택을 두고 매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고어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 후보로는 조셉 리버만(코네티컷) 상원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00년 대선에서 고어의 러닝메이트였으며 차기대선에 고어가 출마하면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던 당내 중진이다.
다른 후보로는 매사추세츠의 존 케리 상원의원, 노스 캐롤라이나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버몬트의 하워드 딘 주지사, 미주리의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고어의 불출마 선언은 지난번 상·하원 및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인 동시에, 당의 승리를 위해선 개인이 언제든 뒤로 물러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미국정치권의 '포지티브 문화'를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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