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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ㆍ부동산ㆍ채권 모두가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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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ㆍ부동산ㆍ채권 모두가 '지뢰밭'

세계 연기금 30년래 최악의 위기 맞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주가가 지난 몇년간 계속 하락한 탓에 연기금이 지난 30년래 최악의 부실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계 다국적 광고회사 WPP가 최근 발표한 2002 세계투자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천9백개의 연금펀드(자산 운용규모 4천8백80억달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금펀드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수익 악화로 30년만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사 대상펀드들은 향후 주가추이에 대한 불안이 점증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기금, 30년래 최악의 부실위기**

WPP는 이에 따라 연금펀드업계가 목표로 하는 연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헤지펀드, 부동산, 이머징마켓 채권, 고수익 채권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투자수익이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를 시사하듯 지난 11월 미국 기업 경영진들이 지난달 상승장을 틈타 대대적인 자사주 매각에 나서 순매도액이 2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10월의 12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기업 임원들의 자사주 처분이 두드러졌다. 퀄컴의 경우 CEO인 어윈 제이콥스 등 임원 15명이 6백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매각 2억 달러 이상의 매각 대금을 회수했다.

기업 내부자들의 자사주 처분은 이들이 기업정보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증시향방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중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2일 "주가 하락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협하고 있으며, 회복 여부는 미국의 소비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IMF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9월 이후 경제회복 속도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거품도 심각한 위기 요인**

그러나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줄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각종 기관투자자들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몇년간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부동산이 거품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12일 '세계금융 안정성(Global Financial Stability)'이라는 분기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주택 가격 하락은 은행 시스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 론(주택구입 장기대출)이 급증하고 있고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카드 매출 등도 위험수준으로 팽창하고 있다.

또한 가계와 기업들의 부채가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은행 시스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가를 포함한 전세계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한편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는 상황이 연출되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는 경고다.

S&P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를 표명했다.

S&P는 또한 "독일과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금융 시스템이 가장 불안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독일에 대해서는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현재 'AAA' 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업체 임원들 보유주식 매각중**

부동산 경기의 흐름을 짐작케 해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미국 주택 건설업체 임원들의 자사 주식 매도가 급증한 점도 부동산 경기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자들의 거래 움직임은 현 주가보다 1, 2분기 정도 선행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일부 건설업체 임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절반 이상을 팔아 치웠다"며 그 이유로 "주택 건설업체 임원들이 최소한 시장 상황의 반전은 아니더라도 둔화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도 주택 가격 인플레이션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은 지난 몇년간 오름세를 지속했던 주택 가격이 올들어 20% 급등하는 등 주택 버블이 심각하다.

***채권시장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채권시장도 위험성이 높아졌다.

S&P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짐에 따라 주가하락 및 투자적격채권의 가치상승으로 이어져 주식 및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증대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주식, 채권, 스왑 포지션 등이 위태로워지고 기업 대출에 대한 부담을 증대시켜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가 높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보험회사 역시 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S&P 보고서의 지적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신흥개도국과 관련, "브라질에 대한 우려로 남미국가의 채권, 여신, 주식발행총액은 크게 감소했다"며 "남미 채권시장 자금은 아시아로 이동해 한국,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신흥개도국의 주식시장도 주가가 하락했지만 아직 PER(주당수익비율)가 선진국 시장보다 낮고 기업수익 전망이 좋아 그나마 성장가능성이 나은 편이다.

결국 선진국의 자금운용시장은 한계상황에 이르러 신흥시장과 고위험-고수익 시장 외에는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곳곳이 지뢰밭인 것이 지금 세계금융시장의 2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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