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황제’ 조지 소로스(72)가 인생 말년에 감옥에 갈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지난 88년 소로스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의 주식을 대량매입해 큰 차익을 거두었다는 혐의다. 소로스는 소시에테 제네랄을 재국유화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시도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인 뒤 재인수 작업이 실패로 끝났다는 발표가 나기 전에 다시 매각해 2백20만달러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14년만에 법정에 서게된 소로스**
소로스에 대한 재판은 7일(현시지간) 프랑스 형사법원에서 열렸다. 소로스가 기소된 지 만 14년만의 일이다.
소로스측 변호인은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14년이나 지났다는 점에서 이 재판 자체의 적법성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로스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정에서 "14년이나 지나 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터무니없으며 이는 유럽인권협약을 침해하는 만행"이라고 항의했다.
실제로 소로스와 같은 혐의를 재판을 받고 있는 프랑스 은행가 장 피에르 페이로드의 경우는 올해 88세의 고령인데다 뇌출혈로 쓰러져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는 점에서 동정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 사건에 대해 지난 90년부터 12년간 이 사건을 조사해온 프랑스 검찰에 따르면 스위스 당국 등 이 사건에 관계된 여러 나라들이 정보제공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파이낸션타임스(FT)는 “엄청나게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기로 악명높은 프랑스의 재판에 걸려든 기업범죄의 하나일 뿐”이라고 프랑스 검찰을 비꼬았다.
소로스는 또 “내부정보 거래는 내 역사에 있을 수 없다”면서 내부거래 혐의 자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의 신좌파 정부가 민영화된 프랑스의 주요기업들을 경영진을 바꾸고 싶어한다는 공개된 정보에 기초해 소시에테 제네랄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전임 자크 시락 총리가 이끈 우파 정부가 앞서 2년동안 민영화시킨 기업들을 재국유화하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었다.
소로스는 “당시 수많은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는데 굳이 소시에테 제네랄만 빼놓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연히 일찍 사들였을 뿐”이라면서 “그러나 소시에테 제네랄의 주식을 곧 매각했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인수의도가 '정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유럽의 공적'**
이번 재판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돼 이후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P통신은 “프랑스에서 불법내부거래죄는 최고 2년 금고형과 1백50만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중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각의 전망이다. 소로스에 대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구원(舊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지난 92~93년 두 해 동안 유럽을 유린하다시피 했다. 92년에는 과도하게 평가절상된 영국 파운드화를 1백억달러를 동원해 집중공격해 붕괴시킴으로써 가볍게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때 그는 '영란은행(영국의 중앙은행)을 깨트린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무렵 영국의 점잖은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소로스와 그가 이끄는 헤지펀드는 갱"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소로스의 환투기 행위를 비판했었다.
이어 93년 7~8월에는 프랑스 프랑화, 독일 마르크화, 벨기에 프랑화, 덴마크 크로네화 등을 공격해 전 해보다 더 많은 1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미국 금융역사상 한 개인이 단기간에 벌어들인 최대액수로,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유럽의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소로스에 대한 적개감이 대단하며 위법사실만 적발되면 그를 잡아넣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이번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주식 매매를 둘러싼 내부거래 혐의로 소로스가 14년만에 프랑스 법정에 서게 된 것도 이같은 구원의 산물이 아니냐는 게 국제 금융계 일각의 분석이다.
소로스에 대한 심판. 이는 단순한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90년대이래 전세계 금융시장을 교란시켜온 투기세력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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