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신설된 윌리엄 웹스터 기업회계감독위원회 위원장 선임과정의 스캔들과 관련,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정부 고위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까지 피트를 옹호해온 부시대통령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은 오는 5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문제가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급부상한 현 시점에서 기업 분식회계 범죄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웹스터와 피트 등을 계속해 보호하려 하다가는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SEC의 조사를 통해 윌리엄 웹스터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기업회계감독위원장으로 선임하기 이전에 피트 SEC위원장이 그의 결격사유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5일의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피트 위원장을 해임하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웹스터 전 국장은 SEC 5인 위원이 회계감독위원장 선임투표를 하기 전에, 자신이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산에 직면해 투자자들로부터 사기혐의로 제소된 US테크놀로지스의 회계감사위원장이었다는 사실을 피트 위원장에게 얘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웹스터 전 국장을 새 위원장으로 밀었던 피트는 이 사실을 다른 위원들이나 백악관에 전하지 않아 SEC 위원들이 웹스터 후보의 결격사유를 모른 채 그를 기업회계감독위원장으로 뽑게 만들었다.
피트는 그러나 언론 탐사보도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최근까지 이를 부인해왔으며, 백악관도 그동안 피트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이같은 피트의 행위는 처음부터 웹스터 후보 대신 회계감사 업무에 훤한 교원연금기금의 존 빅스 회장을 회계감독위원장으로 지지했던 민주당을 격노케 했으며, 이에 민주당은 피트 위원장과 웹스터 위원장의 동시 사임을 촉구해 왔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언론들도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뒤 웹스터와 피드의 동반퇴임을 주장해왔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경우 뉴욕타임스 기고칼럼에서 분식회계 연루 혐의가 있는 부적격자인 웹스터를 기업회계감독위원장에 선임한 피트의 행위를 신랄히 비판하며, 피트와 같은 무능력자들이 현재 대통령직부터 주요요직을 차기하고 있다는 '피트의 원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특히 중간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민주당은 웹스터 위원장의 선임과정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등 부시정권의 무능함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앨러바마주)도 이에 가세하고 있어 청문회 개최가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셸비 의원은 이번 중간선거가 끝난 후 내년 1월에 SEC 업무를 관장하는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이 되든가 아니면 은행위원회의 공화당측 간사가 될 예정이어서, 그의 청문회 지지는 곧 상원의 청문회 개최를 의미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는 5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피트 위원장뿐 아니라 부시정부의 체니 부통령 등 분식회계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요구가 공화당 안팎에서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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