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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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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JP,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건 없고"

이회창과 정몽준, JP 놓고 '계륵식 줄다리기'

김종필 자민련 총재, 즉 JP의 암중모색이 또다시 정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 협상이 기대밖으로 미진하자,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뉴앙스의 연대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가의 관심사밖이었던 JP가 또다시 정가의 변수중 하나로 등장하려 하고 있는 분위기다.

***昌, "언제든지 마음을 열고 생각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이회창-JP 연대론의 진앙은 한나라당쪽이다. 그러나 양쪽간 사전조율이 있었음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읽힌다.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대선기획단은 최근 자민련이 정몽준 신당에 합류하는 것을 막고 이번 대선 전략지인 충청권에서 대세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JP와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작성, 이 후보에게 건의했다.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자민련과의 연대를 고려할 측면이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주말 자민련과의 연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김용환 선대위공동의장, 강창희 최고위원을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연대 여부에 대한 의중을 타진하기도 했다.

민주당 노무현후보의 행정수도.청와대 충청권 이전 공약, 충청권에서 정몽준 의원의 높은 인기 등을 타파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JP와의 연대를 통해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자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회창 후보는 3일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우리 당은 국민연합을 통한 대통합의 길로 나가고자 하며 국민통합.국민화합의 시대로 이끌어 갈 인사. 인물.지도자와는 언제든지 마음을 열고 생각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이회창-JP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자민련, "차기총선에서 충청권 공천권만 보장해 준다면..."**

이회창-JP 연대론의 진원지는 한나라당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련과도 상당 수준 사전논의가 진행됐음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읽힌다.

한 예로 연대론이 흘러나온 뒤 JP의 핵심측근인 자민련의 조부영 부총재는 "자민련 분위기는 일단 정몽준 신당쪽으로 가 있고 신당에 가세할 경우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후보가 (연대를) 하려면 JP와 직접 만나 결판을 지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확실한 사후 보장책을 이회창 후보가 직접 약속해야 그동안 추진해온 정몽준과의 연대를 깰 수 있다는 의미다.

자민련 의원들의 분위기도 기득권만 확실히 보장해주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쪽이다. 한 의원은 "JP에게 충청권 공천권 등을 보장하면 한나라당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한나라당과의 연대 전제조건은 오는 2004년 총선에서의 자민련 소속 원내외 인사들의 공천권 보장이라는 이야기다.

정몽준 신당에 합류하면 이를 걱정할 필요없으나, 충청권내 기라성같은 인사들이 버티고 있는 한나라당에 가면 공천권 보장을 장담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실제로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에 합류한 김용환, 강창희 의원 등은 자신의 기득권을 축소시킬 자민련과의 합류에 부정적이다.

***자민련 인사들, "잘못 고르면 정권교체후 곡소리 날 것"**

자민련의 또하나 내놓고 말못할 고민은 DJP 연대시절 누렸던 '경제적 기득권' 문제다. DJP연합으로 김대중정부 출범에 기여한 대가로 현정부 시절 자민련은 엄청난 경제적 기득권을 향유할 수 있었다.

현정부내 주요 경제부처의 수장자리를 비롯해 주요 공기업체의 주요임원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한 자민련 관계자는 "자민련 인사들이 차지한 공기업체 임원자리만 한 1백여석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처럼 자민련의 존재가 희미한 가운데 정권교체가 되면 이들 자리를 고스란히 회수 당하는 것은 물론, 강도높은 뒷조사가 예상된다"며 "대선과정에 '선택'을 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후 곡소리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고 내부의 불안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정권교체후 예상되는 '사정'에 대한 불안감 차원에서라도 '될 곳'을 밀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셈이다.

***JP,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런 복잡한 사정들을 고려할 때 이회창-JP 연대의 실현 가능성은 반반이다.

JP는 당 안팎의 복잡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JP는 지난달 30일 자민련 실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JP는 이어 "좀 기다리면 선택의 시기가 올 것"이라며 "자민련의 역할과 희망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늘 아침 누가 청구동에 찾아와 '총재가 출마 안하면 누구를 밀어야 하느냐'고 묻길래 될 만한 사람이 아직 내 눈에 안 보이니 좀 기다려보자고 말했다"며 "다 같이 가는 것이 다 같이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박정희식 집안단속이다.

JP가 이처럼 선뜻 결정을 못내리는 일차적 원인은 그가 토로했듯 '연말대선의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세는 이회창 후보의 강세 반전이 예상되나 정몽준 후보의 잠재력도 아직은 무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될 경우 자민련의 존재가치가 상대적으로 희박해진다는 대목도 JP의 큰 고민거리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당내 충청권 인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굳이 자민련과 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JP, 이회창과의 연대론은 정몽준을 향한 압박카드?**

JP는 일차적으로 정몽준과의 연대를 생각해왔다. JP는 지난달 8일 정몽준의원과 회동해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결과는 기대만큼 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의원이 전적으로 JP에게 의지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구상하는 신당의 한 축 정도로만 여길뿐, 그 이상의 지분을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게 정의원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판단에는 자민련을 신당의 중심축으로 내세울 경우 정몽준의 유일한 무기인 '참신성'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져 '정풍'이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정의원 캠프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일단 정몽준 신당을 민주당내 비노파 인사등으로 구성한 뒤 자민련을 흡수하는 2단계 조직확대론을 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이회창-JP 연대론이 한나라당에서 먼저 흘러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정몽준의 '결단'을 촉구하는 자민련의 압박공세라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JP가 내려야 할 결단은 노정객다운 퇴장"**

자민련을 정가에서는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게 없는 '계륵(닭갈비)'에 비유하고 있다. JP와의 연대를 모색중인 정몽준 의원측이나 한나라당의 대체적 시각도 마찬가지다.

자민련이 확보하고 있는 14석의 의석과, 충청권 일각의 영향력이 탐나기는 하나 자민련과 연대시 예상되는 '선명성의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정가 관계자는 "정몽준이나 이회창 후보가 JP와의 연대를 추진하며 국민통합, 국민연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들이 JP와의 연대를 검토한다는 자체가 지역정치적 사고방식"이라며 "JP와 손잡는 세력은 지역정치 부활이라는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JP가 인정하든 안하든 연말 대선을 분기점으로 3김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정치사에서 40여년의 풍상을 겪어온 노정객 JP으로서 지금 내려야 하는 결단은 주판알을 튕겨 누구랑 손을 잡아야 이득이냐는 식의 장사꾼식 계산법이 아니라 '노정객다운 퇴장'이 아닌가 싶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병은 사라질뿐 죽지 않는다는 후세의 평가를 얻고자 한다면 JP가 정계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민련 소속의원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일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JP과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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