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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일본 이어 독일 벤처시장도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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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일본 이어 독일 벤처시장도 폐쇄

코스닥도 존폐 위기, '묻지마 팔자'에서 살아나려면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의 첨단기술주 시장이 잇따라 폐쇄되고 있다. 사상최저치 경신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코스닥시장으로서도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코스닥지수가 8일 연속 하락하며 투매 현상이 빚어지면서 47선마저 붕괴된 30일, 독일의 기술주 시장인 '노이어 마르크트(Neuer Markt)가 내년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이는 스위스의 노이에 마르크트와 지난 8월 일본의 나스닥재팬 폐쇄에 이어 세번째 일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여기서 그칠 전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첨단 기술주 시장도 역시 2000년 정점 대비 93%나 폭락했기 때문이다.

***독일 벤처상장시장도 폐지키로, 올 들어 세번째**

독일 노이어 마르크트는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통합되기로 했지만 실제로 상장으로 전환될 업체들은 별로 없을 전망이다. 상장 요건에 미달되거나 상장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업체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노이어 마르크트(NM) 지수는 세계 벤처주가가 정점에 달했던 2000년 3월이후 96%나 급락했다.

NM은 지난 97년 3월 이동통신업체 모빌콤의 등록을 시작으로 유럽 지역의 첨단 기술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지난 2000년 3월 주가지수가 8천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 3월이래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NM지수는 현재 440선에 머물고 있다. 또한 창설 초기만 해도 한해 1백35개 업체가 신규 등록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지만 지난해에는 11개, 올해 들어서는 6월 이후 겨우 1개 업체만 신규 등록했을 뿐이다.

NM 등록업체들의 잇따른 회계 부정 스캔들도 이 시장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카내비게이션 시스템 회사인 콤로드(Comroad)가 최근 2001년 매출 실적을 허위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퇴출당했으며, 컴퓨터 게임 개발업체인 페노미디어(Phenomedia)도 비슷한 회계 부정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NM의 대표 기업인 모빌콤도 3G 사업 지연과 함께, 지주회사인 프랑스텔레콤이 지분을 매각하고 추가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도산 위기에 빠져 있는 등 NM투자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도 빈사상태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

우리나라의 코스닥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기란 마찬가지다.

코스닥 역시 30일 저가 매수조차 실종돼 사상 최저치인 지난해 9월17일에 기록한 46.05마저 위협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기반 중소·벤처기업의 직접자금조달을 지원하고 투자자에게는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1996년 7월 장외주식시장을 조직화하여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회생하기 힘들지도 모를 절대적 위기에 몰려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전후 등록업체들의 무분별한 과잉투자, 수익모델 발굴 실패 등 구조적 고질병에다가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정경유착형 주가조작 사건을 통해 투명성·도덕성마저 수준 이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코스닥지수가 300선에 육박했을 정도로 2000년 상반기만 해도 코스닥시장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해 2월8일 코스닥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4조8천7백70억원으로 거래소시장의 3조5천7백40억원을 앞질렀다. 같은달 14일에는 일일 거래대금이 6조4천2백10억원까지 증가했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10일 283.44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난해 9월17일의 46.05에 맴돌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3개월간 순매도를 보이며 코스닥을 외면하고 있어 지수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조3천2백90억원으로 거래소시장(3조2천8백20억원)의 40.4%에 머물렀다. 지난 17일에는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천7백17억원으로 거래소시장(1조4천7백24억원)의 32.0%로 쪼그라 들었다.

앞서 폐장한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보다는 정점대비 낙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투자가들로부터 싸늘하게 외면을 받기란 마찬가지다.

***'묻지마 팔자'에서 살아날 수 있는 법**

과연 빈사위기의 코스닥이 살 길은 없는가.

한가닥 희망이 있다면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활발한 구조조정과 진입·퇴출 강화로 우량기업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다. 정부도 살 기업만 살게 하자는 쪽으로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증시의 해외증시 의존도를 볼 때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IT(정보통신)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코스닥도 회생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불안이 계속되면 사상최저치인 45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으며, 이럴 경우 코스닥은 한 단계 더 추락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첫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코스닥 역시 앞서 폐쇄가 결정된 외국의 기술주 시장들처럼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코스닥 전문가는 "지금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 중에는 수익 모델이나 잠재적 성장성을 결여한 채 과거 1999~2000년 상반기 '묻지마 사자'때 상장이나 증자를 통해 조달한 돈으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아직 상당수 있어 코스닥 전체의 불신을 낳는 한 계기가 되고 있다"며 "하지만 금명간 이들 한계기업들이 정리되면 외국 벤처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진적이고 독창적인 나머지 기업들은 '묻지마 팔자' 공세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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