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WTO 사상최초로 개도국 출신 사무총장 맡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WTO 사상최초로 개도국 출신 사무총장 맡아

서방국가와 다국적기업, 벌써부터 경계의 눈초리

수파차이 파니치팍디(55) 전 태국 부총리가 2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공식 취임했다. 개도국 출신으로 WTO 사무총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개도국들의 기대가 크다.

WTO사무총장의 임기는 원래 4년이다. 그러나 지난 1999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미국과 유럽 등이 무어 후보를 미는 반면 일본등 아시아와 개도국이 수파차이를 밀면서 극한대립이 초래되자, 회원국들은 무어에게 먼저 3년을 맡기고 수파차이가 그 뒤를 이어 3년간 사무총장을 맡기로 타협했다.

***아시아와 개도국의 대변자**

수파차이는 그에게 주어진 3년의 임기 동안 오는 2005년 1월 1일 시한인 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의 무역자유화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수파차이는 국제무역협상 무대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대표적 인물이란 점에서 '선진국 기수'로 분류되는 마이크 무어 전 총장과 노선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그는 1997년 태국 금융위기때 상무장관을 맡아 난국을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난 1999년 WTO 사무총장선거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무어와 3년씩 임기를 나눠 갖기로 타협해 '노련한 협상가'이자 '외교전문가'로 인정받았다.

그는 사무총장 선거 당시 "뉴라운드 무역협상에서 개도국들의 입지를 선진국들과 대등하게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개발도상국을 위해 노동력 자유이동 및 1차상품 분야의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통화기금 창설에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사무총장 등극은 지난 95년 출범한 WTO 사상 개발도상국 출신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1백44개 회원국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도국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그가 뉴라운드 무역 협상에서 아시아 국가의 이익을 옹호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파차이에 대해 벌써부터 서방 및 다국적기업 경계 눈초리**

그러나 뉴질랜드 총리 출신의 마이크 무어 전 총장의 뒤를 이어 WTO 사무총장에 오른 수파차이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스트레이트타임스(SST)는 3일 “서구 선진국들이 수파차이가 개도국 편에 치우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서 “수파차이는 양쪽의 기대에 부담스러워 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WTO를 운영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의도는 사무국 인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부총장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협상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수석보좌관에 전 WTO 이사회 의장을 지낸 스튜어트 하빈슨을 임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선으로 볼 때 그가 미국과 유럽의 고위급 인사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수파차이는 적어도 개도국이 선진국에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직접투자(FDI)에 관한 WTO의 규정이 개도국에게도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개도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도국의 영향력이 우세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직접투자 협상과정에 참여하고 다국적기업들이 '윤리규정' 등에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면 개도국의 반발을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파차이는 조직규모가 급속히 커짐에 따라 모든 것을 합의제로 결정해온 기존 방식에 변화를 꾀하는 등 WTO의 제도 개혁에도 손을 대고 있다. 또한 그는 비정부기구(NGO), 기업계, 학계 등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WTO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같은 수파차이의 움직임에 벌써부터 미국, 유럽 등 서방선진국들과 다국적기업들은 내심 상당히 긴장하며 수파차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일본언론 등은 "수파차이가 WTO 사무총장이 된 것은 아시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낭보"라며 쌍수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가이기주의 심화로 수파차이의 운신폭 좁아**

그러나 그는 WTO 운영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SST는 이에 대해 “미국 등 선진국은 투명한 운영을 원하지만 개도국들은 이럴 경우 대국민 설득 등에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우리나라의 최근 마늘 비밀협상 파동에서도 읽을 수 있듯, 오는 2005년으로 예정된 농수산물 및 서비스 시장의 완전개방이란 각국에서 대단히 예민한 정치적 난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나날이 국제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국가이기주의의 시대에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지, 벌써부터 수파차이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