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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증권사들의 '한국시장 갖고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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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증권사들의 '한국시장 갖고놀기'

UBS,메릴린치, 악질적 범죄행위 무더기 적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중 주식거래점유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UBS워버그, 메릴린치증권이 국내에서 대대적 불법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월가에서의 대대적 분식회계로 국제적인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이들 외국계가 그동안 국내에서도 대대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천문학적 거금을 벌어 이를 해외로 빼돌려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또한 이번 조사결과는 그동안 시장에서 나돌았던 "외국계들이 서로 짜고 자기들끼리 불법정보를 교환하며 담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범죄의 악질성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제재조치는 이들이 외국계라는 이유에서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고 있어, 의정부 여중생 압사사건의 '금융판' 리바이벌이 아니냐는 시장의 비판을 사고 있다.

***UBS워버그의 삼성전자 정보사전유출**

금융감독원은 13일 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문책 기관경고를 했으며 임직원 15명에 대해 문책경고와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를 내렸다. 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의 임.직원은 모두 53명으로 10명중 3명꼴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지난 5월 국내 증시를 뒤흔든 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의 삼성전자 조사분석보고서 사전유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결과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7일 워버그증권의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인 조나단 더튼은 "삼성전자가 D램 가격 전망치를 48시간 이내에 하향조정할 것 같다"는 내용의 e-메일을 동료 애널리스트를 통해 1백39명의 국내외 영업직원 및 애널리스트에게 알렸다.

D램가격을 하향조정한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예상이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가격 하락과 투자의견을 낮출 예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더튼은 또 그 다음날인 5월8일 D램가격 전망치와 삼성전자의 이익 및 목표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라는 e-메일을 영업책임자 7명에게 보냈으며, 다음날에는 회사의 공식승인을 받기 전에 영업직원 및 애널리스트 1천96명에게 같은 e-메일를 보냈다.

이후 같은달 10일에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 조사분석보고서가 회사 승인을 받아 일반투자자에게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5월7일에는 35만2천원이었으나 같은달 10일 워버그증권의 보고서가 나오자 33만4천원으로 3일만에 1만8천원 떨어졌다. 특히 보고서가 일반에게 알려진 당일에는 7.7%(2만8천원)나 폭락해 시가총액 4조원 가량이 하루 사이에 날라갔다. 일반투자자들은 워버그증권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기로 결정한 뒤 이를 자신의 주요고객에게만 알린 사실을 몰라 속수무책으로 손해를 봐야 했다.

반면 정보를 미리 입수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미 5월7일에 삼성전자주식 45만7천주를 순매도한 데 이어, 10일에도 51만주를 팔아치웠다.

***메릴린치는 LG전자 갖고 장난**

메릴린치의 범죄 내용도 UBS워버그와 다를 바 없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역시 LG전자에 대한 조사분석자료의 주요내용을 특정고객에게만 몰래 빼돌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3월 LG전자 등 2사에 관한 조사분석보고서의 주요내용을 회사의 공식승인 34시간 전 및 10시간 전에 특정 고객에게 제공했다. 또한 2000년 6월~2002년 4월 외국인 고객 등의 주문내용을 주문 집행 전에 45개 기관투자자의 펀드매니저 등 제3자에게 유출한 혐의로 이번에 징계를 받게 됐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도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았으며 직원 6명이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의 외국계 눈치보기**

금감원은 지난 99년 출범이후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의 직원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징계만 내렸었다. 따라서 기관조치와 개인에 대한 감봉이상의 징계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지만,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국내증권사에 대해선 영업점포 폐쇄라는 고강도 징계를 내린 것에 비하면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냐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제재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국내 증시에 기여하는 외국인투자자의 역할이나 통상마찰, 국제자본시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 우려 등을 고려해 외국증권사에 대해서는 제재수위를 보다 완화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징계의 실효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문제의 삼성전자 보고서를 작성한 조나단 더튼에게 내려진 정직조치는 그가 이미 한국을 떠나 금명간 홍콩 등에서 활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마치 의정부 여중생 압사사건의 미군 지휘책임자들이 사건이 확대되자 서둘러 한국을 빠져나간 것과 비슷한 케이스다.

금감원의 직무유기도 함께 비판받아야 한다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증권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증권사가 기관투자가 등에 분석보고서 내용을 사전에 제공하면 일반에게 공표할 때 이러한 사실을 반드시 알리도록 했다. 그러나 규정을 개정한 지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외국계의 탈법행위를 방치해왔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번 UBS워버그의 삼성전자 정보 사전유출도 삼성전자가 정식으로 신고를 함에 따라 비로소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여론의 눈총을 의식한 금감원이 이번주부터 9개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을 대상으로 규정준수 여부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함에 따라 추가로 외국계의 불법행위가 드러날지에 대해 시장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투자가 집단피해소송 주목거리**

이같은 외국계의 범죄행위가 드러남에 따라 이들의 담합으로 피해를 본 국내투자가들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여부가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 등 외국계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신속히 보도하며 국내투자가들의 소송 제기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소송이 걸릴 경우 이들 증권사는 천문학적 규모의 거액을 물어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경우 미국투자가들의 판단을 호도하는 그릇된 내용의 엔론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집단소송을 당해 지난 5월 미국금융당국에 1억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미금융당국은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달 메릴린치에 대해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를 해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국내 법조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메릴린치, UBS워버그의 이번 행위에 대해서도 집단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파장이 계속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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