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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엔론사태'인가, S-오일 분식회계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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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엔론사태'인가, S-오일 분식회계 쇼크

외국계 주인 맞은 이후 주가 3.7배 뻥튀기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가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가 최대주주인 S-오일이 대대적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국계 대기업의 국내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외국계 기업은 투명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고 우선적으로 주식을 사들여온 국내 증권가에도 일파만파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S-오일 사태가 우리나라 증시에도 본격적으로 '신뢰의 위기'가 상륙하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S-오일의 월가 뺨치는 분식회계, 주가조작**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8일 오후 대규모 주식 불공정거래 및 회계부정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이 회사의 김선동(60) 대표이사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회사 임원 박모(41)씨 등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S-오일의 주가조작 등에 대한 투서를 기초로 금감원으로부터 조사요원을 지원받아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회사 최대주주가 외국계로 바뀐 2000년 3월부터 6개 증권사에 차명계좌를 개설, 자금 1천억여원으로 사이버거래를 통해 고가주문·허수주문 등 주가조작으로 모두 2만3천5백71차례에 걸쳐 1주당 1만5천5백원대 주가를 지난해 12월 2천5백원으로 주식분할할 때까지 1주당 5만6천원으로 4배 가까이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주가조작에 착수하기 전인 지난 1999년 12월경 회사돈 3천3백90억원을 투입, 자사 주식 1천20만주를 임직원 명의로 매수해 총 지분의 85% 상당을 보유하고 있었고,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유소 사장 3백여명에게 주식의 일부를 팔기도 했다.

이들은 또 지난 2000∼2001년 회계때 적자를 기록, 외국으로부터 '적색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월22일 재고자산 평가기준이 되는 2001년 12월 판매가액과 판매단가를 조작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부풀린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김씨 등은 지난 2000년 12월에서 2001년 11월까지 차명인 H석유 등 4명에게 50회에 걸쳐 대여금 8백8억원을 빌려주고 이를 외상매출채권 및 미수금 계정으로 변칙 회계처리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거래소 시장은 즉각 투매로 반응, 18일 거래소시장에서 전일보다 1.40% 오른 2만1천7백원으로 출발한 뒤 2만2천원까지 상승했던 S-오일 주가는 매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1만9천6백50원대로 급락했다. 시장의 보복이 시작된 것이다.

***국내 최고 모범기업의 배신**

S-오일 소식을 접한 시장이 특히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동안 S-오일은 국내기업들이 뒤를 따라야 할 '선진 모범기업'으로 높게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2일 증권거래소가 6백6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심사, 그 중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10개사를 선정해 발표했을 때 S-오일은 2001년에 이어 2년 연속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뽑혔으며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이 기업을 올 하반기 유망종목으로 선정했다.

S-오일은 국내 정유업계에서 매출 6조원대로 4위 규모이나, 2000년 3월 외국계에 팔려나가 회사이름을 쌍용정유에서 에쓰오일(S-Oil)로 바꾼 이후 선진형 기업지배구조를 갖추고 배당률을 국내 최고 수준인 75%로 정하는 등 주주중심의 경영으로 큰 화제를 모아왔다.

S-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과거 쌍용그룹 계열이던 쌍용정유의 지분 35%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었다.

그후 겉으로 보기에 S-오일은 미국을 능가할 만큼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었다. 이사진은 모두 16명으로 이중 8명이 사외이사이며, 사외이사 중 4명이 외국인으로 사외이사의 견제도 상당히 모범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노사관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내부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런 점이 높이 평가받아 S-오일은 지난해 7월 한국경제신문으로부터 '주주중시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엔 아시아머니지가 선정하는 국내 경영우수기업 3위, 소액주주 관리부문 최우수기업에 오르기도 했고, 미국의 세계적 경영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백대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김선동 회장은 1976년 쌍용정유의 전신으로 이란과의 합작회사인 한·이 석유회사의 창립에서부터 몸담아온 정유업계의 터줏대감이다.

김 회장은 옛 대한석유공사 공채 1기로 정유업계와 인연을 맺어 40년 가까이 정유업계 외길을 걸어왔으며, 품질 위주의 수익경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주 우선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소개돼 왔다.

***'한국판 분식회계' 사태의 신호탄인가**

S-오일은 경찰 수사발표에 대해 일단 혐의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S-오일은 "회사의 소유 및 지분구조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보유 주주확보 정책에 자발적으로 따른 것이며, 장기보유 주주화를 통해 주로 주식을 매입했을 뿐,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실현한 바 없고 주가를 급등시키기 위한 변칙매매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S-오일은 이어 "우리 회사는 매출액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실질거래 가격을 적용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낮게 평가된 2001년말 보유재고 자산을 적정하게 평가했으며, 차명계좌를 통한 주가조작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도 터무니없는 것"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같은 S-오일의 해명을 일축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이 보강수사를 하면 혐의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자신감어린 반응이다.

이번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에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그동안 외국계 투자기업이라면 국내기업보다 투명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 우선적으로 주식을 사들여온 국내투자가들에게 이번 사태가 주는 충격은 대단하며 그 여파가 '한국판 분식회계' 사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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