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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우리는 형제다" 발언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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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몽구, "우리는 형제다" 발언파문

정몽준 출마 지원 선언, 이미 역할 분담說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이 4일 동생인 정몽준 회장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정.재계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현대차 총수의 발언은 IMF사태후 '정경분리'를 기본원칙으로 삼아온 재계의 흐름과 배치되는 것이며 이들 정몽구.정몽준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의 직간접적 선거운동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경제계 일반에 적잖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정몽구-정몽준 형제간에는 이미 역할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이들 그룹의 연말대선 참여는 금명간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우리는 형제"**

연합뉴스 4일 밤 보도에 따르면,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2일 파리시내 한 음식점에서 동행한 측근,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동생 정몽준 의원에 대한 평을 묻자 "우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똑똑하고 잘 생겼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의원은 MIT 대학원도 졸업하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며 "대통령 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이어 "정의원이 출마하면 도와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형제"라고 말해 지원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노풍이 사그라들자 '몽구-몽준 협력설' 힘 얻어**

재계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우발적 돌출발언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초부터 현대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한 재계에서는 '정몽구-정몽준 대선 협력설'이 끊임없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당초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두 사람의 대선 플랜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몽구회장이 몽준회장의 대선출마를 돕기로 결심했으며 이에 현대차, 현대중공업 및 몇몇 계열사가 불가피하게 연말 대선에 휘말려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이야기가 나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노무현 바람이 거셀 때에는 잠시 주춤했다가 노품이 사그라들면서 그 대신 월드컵 4강 신화가 만들어지고 몽준회장 지지도가 높아지자 몽구-몽준 협력설이 급속히 힘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정몽구회장의 파리 발언도 이같은 흐름속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했다.

대한축구협회 안팎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8월말~9월초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축구협회장직을 내놓으면 이 자리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승계하기로 두사람 사이에 이미 협의가 끝났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정몽구 신임회장은 축구협회를 통해 우회적인 정몽준 지원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경제계, "IMF를 겪고도 이런 일이...."**

현대그룹은 지난 92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바 있다. 당시 현대그룹 전 계열사와 임직원은 국민당원화해 대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이로 인해 그후 적잖은 타격을 입어야 했다.

정몽준 회장의 대선 도전은 10년전 선친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몽구 회장의 이번 지원 결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요컨대 실패한 신화인 "불가능은 없다"의 2탄인 셈이다.

이같은 현대그룹 2세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선은 우려반 냉소반이다.

한 금융지주회사의 고위관계자는 5일 정몽구 회장의 지원발언을 접하고 "무슨 시대착오적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는 "하이닉스, 현대상선 사태 등으로 아직도 금융기관들이 현대 때문에 큰 부실을 떠앉고 있는 마당에, 현대그룹의 적자임을 자처하는 정몽구회장이 기업경영에 전념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생각은 안하고 딴 생각을 하고 있다니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몽구회장이 몽준회장을 돕는 것을 '형제는 용감했다'는 식으로도 볼 수 있으나, 과거 이들의 선친인 정주영 회장이나 쌍용의 김석원 회장의 경우를 보듯 정치에 뛰어든 기업인은 한결같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대형외국계 펀드매니저는 "IMF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기업인들이 많이 깨우쳤는 줄 알았는데 정몽구 회장 발언을 접하니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몽구 회장이 대선에 끼어들면 현대차뿐 아니라 한국 경제계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미국증시가 기업들의 부실회계때문에 큰 곤욕을 치루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앞으로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며 "가뜩이나 한국의 경우 재벌체제가 존속하고 있어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는 마당에 정몽구 회장의 정치 관여 선언은 한국 경제계의 투명성 전반을 의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몽구-몽준 형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이처럼 주변의 한결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연 정몽구-정몽준 형제가 대선이라는 가장 예민한 정치일정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선친의 못이룬 꿈을 이루려는 효심(?) 때문인가, 아니면 활극제목처럼 '형제는 용감했다'인가. 이를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정몽준 회장은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양쪽 다 뭐..."라며 "내 입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 독자적 정치세력을 구축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선친이 국민당이라는 제3당을 만들어 대선에 도전했듯, 자신도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다른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92년 대선때 정주영 회장 출마를 김영삼 후보는 내심 환영했었다"며 "이는 대선 막판에 정회장이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정주영 회장이 정치권에 대선 후원금을 내느니, 차라리 그 돈을 자기가 출마비용으로 쓰고 막판에 김영삼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투자비용 회수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주영 후보가 막판에 자신의 승리 가능성에 도취하면서 상황은 엉뚱하게 흘러 그후 YS는 집권내내 현대그룹을 압박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당시 정주영 대선운동의 선두에 섰던 정몽준 회장은 92년의 뼈저린 실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어쩌면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막판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손을 들여주고 '차차기'를 보장받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연 향후 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직 예측불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공식적 정몽준 지원 발언으로 최소한 경제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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