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북한이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측 언론에 보도된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에 강하게 반발한 지 1주일도 못 지나, 국방부와 통일연구원에서 또다시 강도 높은 대북 발언이 쏟아져 나와 남북관계에 파란이 예상된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의 '국방개혁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막고 대응하기엔 너무 큰 타격이 있기 때문에 (핵 공격 징후를) 식별하고 분명한 공격의사가 있으면 바로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공격 이전에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또 "선제타격은 합법성 논란이 많지만 북한이 핵 공격을 해올 땐 선제타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며 "우리가 한 대 맞고 대응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우리가 먼저) 때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008년 3월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북한이 소형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무기)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해 논란을 몰고 온 바 있다.
북한은 이 발언을 '대북 선제타격'으로 규정, 남측에 "김태영 합참의장(당시)이 발언 취소 및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남북대화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내용의 격양된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 이후 발언 취소가 없자 북한은 남측 당국자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시키는 등 파장이 이어졌다.
한편 19일에는 통일연구원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연구보고서를 펴내, 북한이 재차 강경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은 '통일대계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2년 이후 북한에는 김정일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이에 따른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 보고서는 "김정일 이후 군부 쿠데타와 같은 권력지도부의 변동, 주민 소요와 폭동, 대량 학살, 대량 난민 발생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 "이런 급변사태의 와중에 내부 소요사태를 억누르고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도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산하 정책연구기관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다룬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남한 언론의 급변사태 계획 보도에 대해 '보복성전'까지 거론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상황에서, 국방부와 국책연구기관 보고서에 북한을 자극할만한 표현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당분간 남북 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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