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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 최양락의 '3김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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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안의 화제, 최양락의 '3김퀴즈'

"DJ는 아는 체 하고, YS는 감으로 맞추려 하고, JP는 어려운 말만 쓰고"

지난 4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MBC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매일 오후 8시 10분. 95.9㎒)의 시사개그 코너 '3김 퀴즈'가 촌철살인의 풍자로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코너는 김대중 대통령(DJ)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YS), 김종필 자민련 총재(JP) 등 아직도 정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3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현실 정치권에서 멀어진 권력자들을 소재로 하던 시사개그와 구별된다.

'3김 시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풍경중 하나이다.

우선 최근 월드컵과 관련한 시의적절한 주제로 폭소를 자아낸 어제(29일) 방송된 3김 퀴즈를 즐겨보자.
성우들이 하는 3김의 과장된 목소리 모사를 연상하면서....

***장안의 화제 '3김 퀴즈'**

최(최양락): 한 주간의 화제를 퀴즈로 풀어보는 3김 퀴즈, 오늘도 세 분의 퀴즈 9단 나오셨습니다.
김대중: 에, 안녕하십니까..."네로 25시""남 그리고 여" "알까기" 최양락의 프로는 언제나 재미나게 본....퀴즈 9단 DJ 인사드립니다.

E(음향): 박수

김영삼: 저 사람, 또 사회자한테 아부하고 그래....그런다고 점수줄 줄 알아?
최: 저게 무슨 아붑니까?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같은 생각인데요..
김영삼: 그게 아니라...."괜찮아유"를 빼먹었잖아요. 난 그게 제일 재밌었는데...퀴즈 9단 YS 인사드립니다.

E: 박수

김종필: 하여간 쟤들은 실력으로 이길 생각은 안하고 항상 저렇게 잔머리를 굴려요....난 솔직하게 얘기 하는데....최양락 프로...TV로 본 적이 없어요. 전부 방송국 가서 방청객으로 직접 봤어요....JP 인사드립니다.

E: 박수

최: 자, 오늘 문제 드리겠습니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사용될 공인구....축구공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김대중: 에....정답!
최: 네.... DJ 정답 말씀하시죠.
김대중: 세계축구의 역사는 한 마디로 축구공의 역사...과학의 역사였습니다. 지난 98년 월드컵에 사용된 축구공"트리콜로"는 현대과학의 승리다!!! 이런 말까지 들었어요.
최: 그렇지요...축구공에 대해 많이 아시네요.
김대중: 이번에 사용될 축구공은 스피드와 반발력을 크게 향상시켜서 골키퍼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그래요.
최: 네...뭐, 많이 아시네요...그럼 정답은?
김대중: 에...정답 (말끝 흐리면서) 피너...누후으으으
최: 예? 뭐라구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죠...
김대중: 피버....누...후으으으
최: 아니, 말끝을 흐리지 마시고 정확하게 발음해주세요. 뭐라구요?
김대중: 그냥 땡치세요!

E: 땡!!!

김영삼: 사회자 정답!!!!!!!!!
최: 네, YS 정답 말씀해주시죠.
김영삼: 이번 문제는 제가 '학실히' 알고 있습니다.
최: 네,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정답은?
김영삼: 피버.......노후우우
최: 예? 뭐라구요?
김영삼: 피버노.......후우우우우

E: 땡
최: 아니, 지금 두분 다 장난치세요? 끝을 왜 흐리세요?
김영삼: 우리가 원래 시작은 좋은데 끝이 안좋아요...
김종필: 사회자, 여기 정답이요.
최: 네, JP 정답 말씀해주시죠.
김종필: 첫자가 "피"로 시작하죠?
최: 그렇죠.....피로 시작합니다. 그럼 정답은?
김종필: 정답, 피구공!

E: 땡

최:...네, 이렇게 되면 오늘도 또 정답자가 안나왔습니다. 정답을 아시는 분은 WWW. imbc.com으로 들어오셔서 정답 남겨주시면 한분을 추첨해서 푸짐한 상품 보내드리겠습니다....자, 오늘도 아쉽게 3김퀴즈 여기서 마칩니다.

***"DJ는 아는 체 많이 하고, YS는 감으로만 맞추려 하고, JP는 어려운 말만 쓰고"**

3김퀴즈 코너 담당작가인 김도상씨(32)는 이처럼 현역 정치9단들을 희화화하는 내용에 대해 "당사자들의 반응이 어떠냐"는 물음에 "당사자들로부터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이렇다할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청취자들로부터는 엽서나 이메일로 재미있다는 격려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3김의 어떤 점에 착안해 대본을 작성할까.
김 작가는 3김을 이렇게 정의내렸다.

"DJ는 아는 체는 많이 하는데 결과가 안 좋고, YS는 머리는 안쓰고 감(感)으로만 맞추려고 하며, JP는 어려운 말은 많이 하는 데 실속은 없다."

매일 퀴즈를 시작하면서 3김이 자기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각자가 그때 그때 처한 상황을 빗대는 발언들이 나오는 것도 절묘하다. 예를 들어 JP가 "요즘 아무도 나를 안 알아주어 외롭다"는 등 신상발언을 한다. 또한 DJ와 YS의 앙숙관계를 빗대어 매번 둘이 쓸떼없는 것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도 연출한다.

이러한 장면이 생생한 3김 퀴즈 다른 편을 소개한다.

***또하나의 3김 퀴즈**

최: 한주간에 화제를 퀴즈로 풀어보는 3김 퀴즈, 오늘도 세분의 퀴즈 9단이 나오셨습니다.

김대중: 에, 안녕하십니까....언제나 논리적이고 명쾌한 추리력으로 정답을 추적해내는 '퀴즈계의 콜롬보형사' DJ 인사드립니다.

E: 박수

김영삼: 언제나 몸으로 뛰는 승부사, 감으로 승부하는 '퀴즈계의 수사반장' YS 인사드립니다.

E: 박수

김종필: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언제나 묘수를 찾아내는 '퀴즈계의 셜록홈즈' JP 인사드립니다.

E: 박수
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추리소설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요...그래서 오늘은 간단한 수수께기 문제 하나 드리겠습니다. 잘 들으시고 추리를 해서 문제를 풀어보십쇼. 얼굴은 여섯 개고 눈이 스물한 개인 것은 무엇일까요?

김영삼: 증답!!!
최: 네? 벌써 생각나셨어요? 정답은?
김영삼: 정답!!! 괴물...괴물 맞죠?

E: 땡

최: 괴물 아니죠...아무려면 저희가 그런 문제를 냈겠습니까?
김영삼: 괴물 아니면 그런 게 어딨나?
최: 그러니까 수수께기죠..너무 성급하셨어요. 머리를 좀 쓰였어야 되는데...

김대중: 에, 사회자...저 사람보고 머리 쓰라는 것은 축구선수 보고 손을 쓰라는 것이랑 같은 것이여.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것이제....
김영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최: 자 자 싸우지 마시고 빨리 정답 말씀하시죠...정답은?
김대중: 잠깐 검산 좀 해보고 말하겠어요.
최: 아니, 그걸 뭘 검산까지 하시고 그러세요.
김대중: 얼굴이 여섯 개다...이것은 아주 표리부동하고 변신을 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여. 눈이 스물한 개다...이것은 아주 잽싸고 남의 것을 잘 훔쳐본다 이말이제....그러니께...
최: 그러니까 정답이 뭘까요?
김대중: 정답은 쟤 아니에요..?쟤, YS...난 쟤 같은디...

E: 땡

김영삼: 뭐야...너 지금 뭐라는 거야?
최: 두분 자꾸 싸우시면 퇴장시겠습니다..조용히 해주세요.
김대중: 난 아무리 봐도 쟤 같은디...
김종필: 사회자 여기 정답이요.
최: 네, 정답 말씀해 주시죠.
김종필: 얼굴이 여섯 개...눈이 스물한 개...이건 초등학생들이 푸는 수수께기 문제에요...이걸 모르는 게 말이되요?
최: 그렇죠, 사실 너무 쉬운 문제죠...
김종필: 이게 생긴 게 정육면체잖아요...그래서 얼굴이 여섯 개라는 거에요.
최: 네....오늘 드디어 정답이 나올 거 같습니다...정답은?
김종필: 정답.....각설탕...

E: 땡

최: 네.... 오늘도 결국 정답자가 안 나왔습니다. 정답을 아시는 분은 WWW. imbc.com으로 들어오셔서 정답 남겨주시면 한 분을 추첨해서 푸짐한 상품 보내드리겠습니다.자, 오늘도 아쉽게 3김 퀴즈 여기서 마칩니다.

김영삼: 아무리 생각해도 괴물인데...
최: 조용히 좀 하세요.

***'3김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시대정신의 표출**

김 작가는 인터넷 방송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칠수의 음악텐트'라는 패러디 코너를 99년부터 2년간 집필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인터넷 방송뿐 아니라, 이번에 3김 퀴즈를 맡으면서 공중파 방송가에서도 시사개그 작가로 탄탄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작가는 시사개그를 집필하면서 "어려운 점은 외압이 아니라 보다 재미있게 쓰는 것"이라면서 "재미없어 채택이 되지 못한 경우는 있어도 외압을 받아 못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단지 어릴 적 받은 반공교육 등이 내면화되어 약간의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게 그의 토로이다.

개그는 시대정신의 거울이다.
언제나 권력이동기에는 권력의 중심에서 탈락하는 권력자를 풍자한 시사개그가 있어왔다.
지금 장안의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3김 퀴즈' 역시 요즘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3김은 지금도 현실정치권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또는 외곽에서 현실정치권에 재진입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대는 '3김 시대의 종언'을 말하고 있다. 3김 퀴즈는 이같은 3김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조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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