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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에게도 비밀병기가 있다"

철새정치인 김희완, 어떤 인물인가

한달간의 도피행각 끝에 지난 21일밤 검거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48)이 23일중 구속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때 타이거풀스 컨소시엄이 선정되도록 홍걸씨와 함께 힘을 써주고 그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김홍걸 등과 나눠 가진데다가 별도로 타이거풀스 주식 2만3천주도 받았으며, 차병원으로부터 돈과 주식을 받고 차병원에 대한 수사를 중단케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나에게는 비밀병기가 있다"**

그는 이밖에 '최규선 게이트'가 터지자 수차례 대책회의를 갖고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해외도피 등을 공동모의했으며, 최규선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2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설을 설훈 의원측에게 흘린 당사자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김희완은 검찰 수배로 잠적생활을 하기에 앞서, 주위사람들에게 "나에게도 비밀병기가 있다. 나는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그가 말하는 '비밀병기'란 무엇인가. "내가 입을 열면 나라가 시끄러워진다"는 식의 협박성 허장성세인가, 아니면 진짜 메가톤급 폭로를 예고하는 발언인가.

정치권이 지금 긴장 속에 김희완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규선과 함께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김희완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김희완의 각종 비리**

김희완의 비리 의혹이 맨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3월28일 최규선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최씨의 전 운전기사 천호영씨가 경실련 홈페이지에 '최규선의 비리'라는 글을 실으면서부터이다.
이 글에서 적시된 김 전 정무부시장의 비리 의혹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타이거풀스의 체육복표 낙찰 로비 의혹이다.

"한국전자복권과 타이거풀스간에 2002년 월드컵 복권 경합중에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를 뒷배경으로 타이거풀스에 낙찰을 시켰다. 그 대가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배당받고 김홍걸씨 몫은 박X, 김XX, 유XX이라는 세 사람 앞으로 분배해 놓고, 최규선이는 문XX 당시 미래도시환경 직원,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은 주XX 당시 운전기사 앞으로 주식을 각자 배당받아 차명으로 관리했다.

그 당시 르네상스 호텔에서 타이거풀스 사장 송재빈씨로부터 10억짜리 수표를 건네받는 것을 그 당시 최규선의 운전기사 곽XX와 본인 천호영이 직접 목격했다. 그 돈은 아마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과 최규선이 분배한 걸로 알고 있다.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과 타이거풀스 송재빈씨와의 관계는 자주 만남을 갖고 두터운 사이로 알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강남의 유명한 산부인과 종합병원인 차병원의 비리 은폐 의혹이다.

"2001년 여름경이었다. 그 당시 의약분업 당시 서울경찰청 특수수사대에서 의약분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규선은 김희완 전 부시장에게 부탁을 받아서 서울 차병원 형제들(의사가족)에게 비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건네받았고 차바이오텍 주식도 양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김희완씨 비리의혹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지난달 12일밤 강남 모호텔 객실에서 김씨를 비롯한 최규선, 최성규 등 천호영씨 폭로문에서 이름이 거론된 6명이 모여 가진 비밀 대책회의였다. 이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최성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은 대책회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14일 오전 홍콩으로 도피했고, 나머지 인사들도 잠적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억지 변명**

김희완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지난달 15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리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그는 우선 타이거풀스로부터의 10억원 수뢰 혐의에 대해 "타이거풀스에 친한 후배들이 있어 외자유치 관계 일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길래, 권노갑 전 고문을 도와주다가 알게된 최규선씨를 소개해주었을 뿐"이라며 "10억원짜리 수표는 구경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타이거풀스로부터 주식을 받아 주XX 운전기사 앞으로 차명관리한 대목과 관련해서도 "내 밑에서 일했던 운전기사 누나가 주식을 싸게 사고 싶다고 하길래 최규선씨를 소개해줬을 뿐,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12일밤 대책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해서는 "회의가 열렸다고 하는 호텔에 개인적인 일로 오후에 잠깐 들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전 부시장의 해명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속속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규선은 처음에 10억원 수뢰 혐의 사실을 극구 부인하다가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사실로 드러나자, 10억원은 타이거풀스의 외자유치를 도와주고 모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은 정당한 대가라고 말을 바꾸었다. 김희완의 주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모 컨설팅 업체측이 15일 "절대로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함으로써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희완이 "운전기사 누나가 주식을 싸게 사고 싶다고 해 최규선씨를 소개해줬다"고 한 주장도 거짓으로 드라났다. 그는 체육복표 선정 로비의 대가로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주식 2만3천주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차병원 비리 은폐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차병원의 오너인 모의사와 김 전부시장은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불임환자 시술로 유명한 차병원은 산부인과 분야에서는 국내랭킹 1,2위를 다투는 유명한 대형병원이다. 강남의 차병원외에 분당 등 전국에 십여개의 네트워크 병원을 갖고 있으며 대학도 보유하고 있다. 차병원은 그러나 지난해 여름 약품을 납품받는 과정에 리베이트를 받아온 비리 혐의가 포착됐다. 이를 김 전 부시장이 덮어주는 대가로 최규선씨등과 함께 차병원으로부터 1억원의 돈과 차병원 자회사의 주식 6만주도 받은 사실이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한때는 3당합당을 반대했던 뚝심있는 정치인이었다**

이처럼 이권이 있는 곳이면 반드시 얼굴을 내민 김희완은 어떤 인물인가.

김희완은 정치인 출신이다. 관운이 뒤따르지 않은 탓인지 비록 한번도 금뱃지를 달지는 못했으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기백이 당당했던 골수 야당정치인이었다.

경기 이천 출생인 그는 서울 중동고와 연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했다. 한때 중앙일보에서 재직했던 김희완씨는 85년 신문사 선배인 홍사덕 의원 밑으로 들어가 정계에 진출했다. 그후 신민당 이민우 총재 공보비서로 일하다가 87년 이 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김영삼 전대통령의 캠프에 합류해 연설문 작성 등 공보업무를 맡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하버드대학 출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그의 존재는 빛났다.

그러나 90년 3당 합당 당시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합당에 반대하면서 YS와 연을 끊었다. 당시 3당 합당이란 배고픈 야당정치인들에게 한 번 눈만 질끈 감으면 '젖과 꿀이 약속된 유토피아'였다. YS는 합당에 합류하는 야당정치인들에게 노태우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정치자금과 자리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김희완은 당당히 합당을 거부했다.

그후 그는 야당인 국민회의에 입당해 14, 15대 총선에 도전했으나 잇따라 낙선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그러던 중 국민회의 후보인 조순 서울시장 출마자의 선거본부 기획단장을 맡으면서 선거에 이겨, 그 공으로 지난 96년말 서울시 정무 부시장이 됐다. 고진감래였다.

***권노갑, 최규선과의 조우, 그리고 '비즈니스'의 시작**

그러나 98년 6월 정무부시장에서 중도하차하면서 이때부터 방랑이 시작됐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희망했다. 이에 그는 99년 서울 송파갑 재선이 있자, DJP연합의 결과로 연합공천권을 쥐게 된 자민련으로 재빨리 당적을 옮겨 공천을 얻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맞붙기도 했다.

이 과정에 그는 박태준 당시 자민련총재 겸 포스코(구 포항제철) 명예회장의 신임을 얻었고, 선거 기간때 포스코로부터 적잖은 자금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때 맺은 포스코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2001년 7월말 포스코의 유상부 회장과 김홍걸, 최규선 간의 말 많은 '성북동 영빈관 회동'을 주선하기도 했다.

송파갑 선거 패배후 그는 자신의 첫 정치 보스였던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의 권유로 2000년 2월12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그는 과거의 적이었던 이 총재에게 "보궐선거 과정에서 이 총재의 원칙주의와 인간미를 알게 돼 입당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전국구 순번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리자 미련없이 한나라당을 떠났다.

김희완은 그후 2000년 6월경 동교동계의 대부인 권노갑 민주당고문의 핵심 참모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문제의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와 조우했다. 최규선씨 역시 그 무렵 권 고문의 비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권인수팀에서도 일하고도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던 최규선은 99년 일본에 건너가 있던 권 고문을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였고, 그후 권 고문 캠프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외국에서 공부한 '해외파'이고, 국내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몰라주고 있다는 불만도 일치했다. 의기투합한 김희완과 최규선 두 사람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뒤에는 여권 실세인 권 고문의 후광이 있었고, 게다가 최씨가 김대통령 3남인 김홍걸씨까지 끌어들였으니 비즈니스를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김희완은 2000년 8월 타이거풀스의 송재빈 대표와 최규선을 연결시켜주는 등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적 고리로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직 대통령이 죽는 날 우리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문제의 김희완씨는 서울시 부시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인 지난 99년 2월 한 권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한 이미지 메이킹 차원의 출판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전직 대통령이 죽는 날 우리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였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예외없이 비리 의혹으로 초라한 말년을 보내는 대목을 안타까와(?) 하며 쓴 책이다.

그러던 그 자신이 이번에는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부정비리로 쇠고랑을 찼다.

'의식없는 세 치 혓바닥의 말장난'을 꾸짖는 역사의 무서운 심판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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