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게이트'의 핵심고리인 체육복표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구 한국타이거풀스)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와 사업 부진으로 사업 시작 반년만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진흥투표권사업단이 "복표사업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지금 스포츠토토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채권단 압류, 32억원 위약금 등 사면초가**
스포츠토토는 지난해 2월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돼 같은해 10월6일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재무구조 취약으로 두달만인 작년 12월 국민체육진흥공단측에 자금난을 호소하며 지급보증을 요구, 활로를 모색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2일 최대한도 5백1억원의 지급보증을 승인받아내 모처럼 활로를 찾는가 싶었으나 최규선 게이트가 터지면서 대출이 막혀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스포츠토토의 최창신 대표는 2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LG카드에서 복권운영시스템 착수금조로 2백3억원을 빌려 이를 리스 형태로 운영하려 했으나 공단에서 리스 운영을 불허해 5백억원을 다 주게 되었다"며 "이로 인해 LG카드에 위약금으로 32억원을 물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최대표는 "이 때문에 공단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돼 LG카드에서 대신 대출을 받기로 공단측의 양해를 구했으나 막판에 LG카드가 대출을 거부하면서 위약금만 요구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스포츠토토는 자금이 바닥난 상태이기에 32억원의 위약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조흥은행 등 스포츠토토 채권단이 지난 18일 스포츠토토 자산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함에 따라 스포츠복표사업 허가권자인 문화관광부와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는 사업 계속 여부를 심각하게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스포츠토토㈜의 채권자는 1백명이 넘고 스포츠토토㈜가 변제해야 할 금액도 1백2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자는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과 지난해 TV 신문 등 매체광고를 대행했던 모 광고기획사 등으로 이들의 미지급금만도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타이거풀스는 자본금 5백억원, 증자 4백억원 등 9백억원 규모로 사업을 시작키로 했으나 외자유치가 차질을 빚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타이거풀스측에 추후 지급할 복권사업 시스템 구축비용 5백1억원과 상계하기로 하고 지급보증을 해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업무 감독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자신의 사업을 대행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지급보증까지 서주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좋지 않은 선례인 만큼 결정과정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상치 10% 밑도는 사업부진**
지난 2000년 12월초에 이뤄진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 선정심사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거풀스 컨소시엄은 총점 9백17점(1천점 만점)을 받아 8백77점을 받은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을 누르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에도 타이거풀스는 자금조달능력 평가부문(1백점 만점)에서 78.8점을 받아 88.4점을 받은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보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사업자 선정 당시부터 로비의혹 등 파문이 일었다.
당초 스포츠토토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범했으나 지난해 10월10일 1회차 발매 결과는 참담했다. 총 참여인원 7만2천8백85명에 총 발매액은 2억4천3백36만원으로 1년에 가까운 준비기간, 신문광고와 각종 이벤트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에 따른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발매액 가운데 당첨 환급금(50%) 1억2천1백68만1천5백원, 수익금(27%) 6천5백70만8천원을 제하고 타이거풀스에 위탁운영비로 떨어진 돈은 5천5백97만3천원(23%)으로 전국 3천여개 발매기에 뿌려진 투표지 인쇄비조차 감당키 어려웠다.
그후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스포츠토토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54회에 걸쳐 복권을 발행했으나 판매액이 당초 예상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경우 축구복표의 1회 참여자수는 약 3천만명.최고 당첨금액은 80억리라(약 40억원)라는 점과 비교할 때 한국의 스포츠토토 사업은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하겠다.
당초 타이거풀스는 사업제안시 복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중 일부를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로 투자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월드컵 열기와 한국인의 도박심리가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킬 경우 복표 사업으로 땅 짚고 헤엄치듯 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사업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가 사업권을 따내려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인 것도 그 때문이다.
경마가 지난해 4조4천억원, 2000년 10월 개장한 강원랜드가 지난해 매출 4천억여원을 돌파한 것을 보면 그런 기대를 걸만 했다.
***최규선 게이트로 워낙 이미지 악화, 재건 가능할까?**
그러나 축구복표의 경우 승·무·패를 예상하기 위해 각 팀의 전력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등 노력이 요구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5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약점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스포츠토토의 존립이 위태로와지자, 사업주체인 국민체육공단은 현재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2종류인 대상종목에 국내 최대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를 포함시키고, 연간 90회로 정해진 발행회수도 늘리는 법령 개정안을 문화광광부에 건의하는 한편, 현재 스포츠토토의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 자격 포기를 포함한 비상 경영개선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스포츠토토의 재생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규선 게이트로 워낙 이미지가 나빠진 탓이다.
때문에 조흥은행 등 채권단은 출자 전환을 통해 스포츠토토의 경영권을 장악, 새로이 사업을 펼쳐나가자는 공단측 제안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리한 사업 추진과 로비의혹으로 체육복표는 출범 반년여만에 사업계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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