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한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이유에서였던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은 "국정농단 공범"이라며 황 전 총리를 비난했다.
논란을 촉발한 것은 황 전 총리 본인의 발언이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자리에서, 당권 경쟁자인 홍준표 전 대표 등이 자신을 향해 '배박(背朴, 박근혜 배신자)' 등의 언사로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 "여러 말씀들을 하는데, 저는 대통령께서 그 어려움을 당하시는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했다"며 "실제로 특검이 수사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고 더 조사하겠다고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그때 '제가 볼 때는 수사가 다 끝났다. 이 정도에서 끝내자'라고 해서 수사기한 연장을 불허했다. 그것도 했는데,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교도소 책상·의자 반입)보다 훨씬 큰 일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7년 2월말,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을 위해서였다는 뜻이란 해석을 낳았다. 황 당시 권한대행은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 사유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당시 밝혔었으나 그때에도 이미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홍익표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황 전 총리의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황 전 총리가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당시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역사에 이어 '황교안 탄핵'까지 외칠 만큼 분노했다"며 "70일이라는 너무도 짧았던 조사기간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는 이뤄지지 못했으며, 최순실의 재산 조사, 이화여대와 삼성과의 연관성 수사도 못한 채, (또한) SK와 롯데 등 재벌들의 뇌물죄 수사는 착수조차 못하고 특검이 종료되었다"며 당시 상황을 들어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안검사와 법무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사람이, 적폐 청산을 원하는 국민들의 법 감정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 오직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였다니 그 참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법과 원칙도 팽개치고 일말의 양심조차 버린 황 전 총리가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국민으로서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같은날 최고위원회 발언에서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특검 수사를 불허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며 피의자를 두둔하며 법 집행을 방해한 사안"이라며 "당시 국민들은 철저한 수사를 하기 위해 특검 연장을 요구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기간 연장을 불허해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됐다"고 가세했다.
장 원내대표는 "이제 와서 다시 '특검 수사 연장 불허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는 것은 스스로 권력 남용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런 인사가 정치권력을 잡게 될 경우 친소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월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장 원내대표는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특검 기간 연장을 불허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에 입문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석고대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전 총리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특검 연장 거부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해서 한 것이라는 발언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수사할 것은 다 했기 때문에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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