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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당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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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당 쑥대밭

박근혜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옥신각신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이 쑥대밭이 됐다.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 때문이다.

한 종편 방송에 출연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가 인터넷에 뜨는 데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것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황교안 전 총리를 겨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면회 신청을 거절했고,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친박계를 등에 업고 대세론을 구가 중인 황 전 총리가 사실은 친박이 아니라는, 정치적 저격이다.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선 "'말로만 석방을 외치는 친박 세력보다 법률적·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어떤 도움을 줬느냐"고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작심하고 최측근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낸 것이라면, 국정농단에 대한 반성보다 옥중에서 '진박 감별사' 노릇만 하는 '자폐적 정치'에 여전히 갇혀있다는 증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 전 대통령이 접견을 허용하는 사람이 유 변호사 뿐이다보니, '유영하의 주장'이 '박근혜의 의중'으로 굳어졌다.

그런데도 당권주자들, 소위 '빅3'가 옥신각신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8일 방문한 황 전 총리는 당황한 기색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남을 찾은 홍준표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총리까지 시킨 황 전 총리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며 '배신자 황교안' 프레임을 짰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생리상 배신자는 용서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자신을 향한 비난에는 "나를 왜 끼워 넣었는지는 이해가 안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은 한국당이 탄핵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항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반전의 호재를 만난 표정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이냐'의 논란 속에 빠져든 황 후보"라며 "이것이 황 후보의 한계다. 황 후보는 앞으로 이런 식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당권주자들이 일제히 '박근혜 논쟁' 소용돌이에 휘말려들면서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로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지 8개월 만에 정식 지도부를 세우는 한국당 전당대회는 정치적 퇴행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당대회 일정 논란도 마찬가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맞물려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당권주자들 대부분이 이에 호응했다.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의원은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전당대회가 연기되지 않을 경우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전 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도 이 합의에 구두 동의했다. 황교안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뺀 6명의 당권주자들이 모두 전대 연기에 합의한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과 겹치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신북풍'이라는 음모론을 꺼내들자 당권주자들조차 이에 가세한 모양새다. 이들은 '흥행 부진'을 일정 연기 사유로 들지만, '황교안 대세론'이 무너질 시간을 벌기 위한 속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예정대로 오는 27일에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황교안 외 6인'의 반발은 반나절도 안 돼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박관용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당 안팎의 사정 등 여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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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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